제178화
한서연은 평소에도 옷차림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썼다.
혹여나 얼룩지거나 세탁이 어려운 게 묻을까 늘 조심했기에 지금처럼 프런트 직원이 눈에 띄게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일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이 정장을 입은 이후로 거래처 사람들조차 그녀를 대할 때 괜히 높여 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프런트 직원이 다시 물었다.
“죄송하지만, 약속되어 있으신가요?”
“잠시만요, 은지 언니한테 전화 좀 해볼게요.”
하지만 두 번 연달아 전화를 걸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녀는 눈동자에 스치는 불쾌함을 꾹 눌러 담으며 문자를 보냈다.
[은지 언니, 저 지금 회사 로비에 있어요. 전화도 안 받고... 정말 저 안 만날 거예요?]
28층, 심은지의 눈빛에 짙은 불쾌감이 스쳤다.
그 감정은 한서연을 향한 것이기도 했고 과거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한서연에게 인상이 제일 깊었던 순간은 그녀가 대영 그룹에 면접 보러 온 날이었다.
당시 그녀는 성인이었지만 마치 영양실조라도 걸린 것처럼 깡마른 체구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서연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간신히 용기 내어 자신을 소개했다.
일자리를 못 구하면 아빠한테 끌려가서 시골에서 강제로 결혼해야 한다는 말에 심은지는 연민을 느끼고 파격적으로 그녀를 채용해 곁에 두었다.
그 시절의 한서연은 심은지의 사소한 친절에도 감동했고 늘 조심스레 다가왔다.
한서연은 심은지에게 세상에서 본인에게 잘해준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인생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책상 위의 유선전화가 울리자 심은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받았다.
“그 사람, 20층 회의실로 안내해 주세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보는 심은지의 기억은 자연스레 5년 전으로 흘러갔다.
그때의 한서연은 순하고 어리숙했으며 병아리처럼 심은지를 따랐다.
심은지는 그런 한서연에게 업무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그 추억에서 빠져나와 시계를 보니 벌써 10여 분이 지나 있었다.
심은지는 한서연이 왜 찾아왔는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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