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정신을 차렸을 때쯤 휴대폰 속에는 이미 여러 장의 사진이 추가되어 있었다.
심은지는 고개를 숙여 화면 속 강우빈 부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끝내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됐어. 이미 찍은 건데 뭐.’
교문이 열리자 몰려 있던 인파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심은지는 마지막으로 멀리 사라져 가는 부자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시동을 걸고 천천히 후진해 자리를 떠났다.
...
점심 무렵, 심은지는 쏟아진 업무를 겨우 처리하고 나서 너무 지쳐 밥 먹을 힘조차 없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올 때,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무심히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소리를 듣고도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들어와.”
이 시간이라면 아마 고아린이 점심을 먹자고 찾아온 걸 거라 생각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심은지는 여전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새 교복을 입고 가슴에 붉은 작은 꽃을 단 의젓한 강은우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 아이가 바로 자신을 엄마라 부르며 조금씩 자라온 그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그다음 순간 들려온 그 맑은 목소리를 그녀는 잠시 환청이라 착각했다.
“엄마.”
“은지야?”
뒤이어 들려온 강우빈의 낮고 귀에 익은 목소리에 심은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휴대폰 화면 속에서 막 본 그 부자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책상 앞에 서 있었다.
“누가 당신들을 위로 올라오게 했어?”
심은지는 단 일 초 만에 휴대폰을 치우고 자리에서 몸을 세워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분명히 정식 협업 외에는 강씨 성을 가진 사람을 회사에 절대 들이지 말라고 안내 데스크에 말해뒀었다.
“엄마, 아빠 탓하지 마세요. 내가 외할아버지한테 전화한 거예요.”
작은 목소리로 강은우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심은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아버지까지 탓할 수는 없었다.
‘그래,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뭐 어때.’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달래며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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