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그녀는 내연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본처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심은지는 영수증을 흘깃 살펴보았다. 가장 저렴한 금액이 1,200만 원, 가장 비싼 건 2,400만 원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카드 한 장을 꺼내 매장 직원에게 건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서연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도대체 왜 은지 언니는 수억 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쓸 수 있는데, 나는 몇백만 원짜리 옷 하나 사는 것도 아까워서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거야? 게다가 집에서는 아버지라는 흡혈귀에게까지 쥐어짜이고 있는데...’
심은지 발치에 가지런히 놓인 쇼핑백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만 해도 이미 몇십억에 달하는 가치였다.
한서연은 과거가 떠올라 숨이 막혔다. 예전엔 심은지와 함께 쇼핑하러 다니면, 그녀가 늘 핑계를 대며 선물을 쥐여주곤 했다. 자신의 첫 번째 명품도, 옷장 속 가장 비싼 원피스도 모두 심은지가 사 준 것이었다.
그 순간, 잊고 있던 탐욕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은지 언니, 갑자기 이렇게 많은 원피스를 사서 언제 다 입으시려고요?”
한서연은 미소를 띠며 심은지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슬쩍 손을 뻗어 바닥에 놓인 쇼핑백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안에 담긴 옷들은 그녀가 아까 눈여겨본 것보다 훨씬 값비싼 것들이었다. 공짜로 얻을 수만 있다면, 한 벌쯤은 꼭 챙겨 가고 싶었다.
심은지의 눈빛에 옅은 비웃음이 번졌다. 마치 아이가 욕심을 부리는 장면을 보듯, 그녀는 한서연의 손길을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그러고 보니, 은지 언니랑 저는 체형도 비슷하잖아요. 사이즈도 딱 맞을 것 같은데...”
심은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서연의 눈에는 그 침묵이 곧 만만함으로 보였다.
그녀는 쇼핑백을 뒤적이다가 가장 비싼 2,400만 원짜리 정장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고급스러운 원단이 손끝에 닿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거 참 마음에 드네요. 은지 언니, 이거 저 주시면 안 돼요?”
그 말을 내뱉고 나서야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걸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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