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심은지는 강은우의 방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그녀는 동화책을 일곱, 여덟 편이나 읽느라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내 꿀꺽 들이키자, 그제야 입안의 건조함이 풀렸다.
시계를 보니 이미 한밤중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2층 객방에서 하룻밤만 묵기로 했다.
그러나 객실 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갑작스러운 팔이 그녀를 세게 끌어안았다.
“은지야.”
뜨겁고 거친 숨결이 목덜미를 스쳤다.
진하게 풍기는 와인 향기에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우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놔!”
“난,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야.”
그의 눈빛은 술기운에 흐릿하게 충혈돼 있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본능에만 휘둘려 그녀의 목선을 더듬었다.
“하지 마! 떨어져!”
심은지의 외침 따위 아랑곳하지 않은 강우빈은 그녀의 얼굴을 강제로 틀어잡고, 입술을 무자비하게 덮쳤다.
읍!
비명과 함께 강은지는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피 맛이 번지며 잠시 정신이 돌아온 듯했으나, 그는 더 거칠게 그녀를 침대 쪽으로 밀쳐버렸다.
“강우빈, 너... 미쳤어.”
강은지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
그러나 곧 그의 무게가 그녀를 짓누르며 머리 위로 양손을 제압했다.
그 순간, 두 줄기 눈물이 그녀의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다.
한편, 새벽의 정적을 깨며 저택 앞 도로에 한 대의 차가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한서연은 이를 악문 채, 심은지의 차가 아직 떠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X발!’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떨며 핸들을 내리쳤다.
“강은우, 이 배은망덕한 애새끼... 두고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질투와 증오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 위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끝내 삭이지 못한 분노의 증거였다.
그녀는 핸들을 세게 내려치며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냈다.
...
이튿날, 희미한 새벽빛이 비칠 무렵.
심은지는 무겁게 눈을 떴다. 그녀는 옆에 누운 남자의 얼굴을 단 몇 초 바라보다,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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