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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심은지의 쇼핑 흥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뒤로 그녀가 매장 안에서 무엇을 오래 바라보기만 해도, 강우빈은 곧장 직원에게 포장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그는 더 이상 고를 의욕을 잃고,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와서야, 강우빈 부자는 그녀가 쇼핑을 끝내고 돌아가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이제 안 사요? 저희가 산 거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아이는 강우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고, 매장에 배송 대기 중인 물건도 여전히 많았다. 모두 심은지가 분명 좋아할 거라 믿고 고른 것들이었다. “아마도...” 그가 낮게 중얼거리자, 강은우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저희가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픈 걸 거예요.” “그래, 맞아.” 강우빈은 아들의 말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네. 발 마사지라도 시켜서 쉬게 해야 했는데.” 뒤늦게야, 그는 임신 중인 그녀가 쉽게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렇게 두 부자는 서로를 달래듯 말하며, 마치 주문을 외우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는 우리를 싫어한 게 아니라, 그냥 피곤했을 뿐이야.’ ____ 이튿날. “후속 진행은 전담팀이 맡아 진행합니다. 데이터베이스 집계가 끝나면 각자 메일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회의실. 심은지의 말이 끝나자, 천장의 등이 환히 켜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이사들이었지만,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과가 드러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능력을 인정했다. 심은지는 서류를 정리해 가장 먼저 회의실을 나왔다. 뒤에서는 ‘일 처리를 잘한다’, ‘심종훈 회장의 그림자가 보인다’라는 말들이 은근히 흘러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단정하던 대표실은 이미 과일 상자들로 가득 차, 마치 작은 과일 가게처럼 변해 있었다. 원인은 강우빈이었다. 매일 과일이 배달되고, 거기에 고급 디저트까지 더해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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