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그러나 심은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침에야 겨우 치워낸 택배들이, 오후가 되자 또다시 줄줄이 사무실로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결국 참다못해 전화를 걸었다.
“강우빈, 너 제정신이야?”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회사로 보내는 건, 그녀를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은지야, 택배는 열어보면 깜짝 놀랄 만한 게 있어. 한 번만 열어봐.”
욕을 먹으면서도 강우빈의 목소리에는 묘한 들뜸이 배어 있었다.
최근 조현아의 권유로 쇼트폼 앱을 깔았던 그는, 임신부들의 생활 영상을 보다가 ‘여자들은 택배를 뜯는 순간 행복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심은지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너, 정말 미쳤구나!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보내는 거야?”
그 잡동사니들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었다.
“난 그냥... 네가 조금이라도 즐겁기를 바랐을 뿐이야.”
“헛소리하지 마! 그 시간에 택배 뜯느라 낭비되는 건 내 에너지야. 그리고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바로 그 시간이라고!”
그녀의 날 선 목소리에, 강우빈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히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열어봐. 분명 네가 마음에 들어 할 것도 있을 거야.”
“강우빈! 또 이런 거 보냈다간 스토킹이랑 괴롭힘으로 고소할 거야. 인제 제발 그만 나를 붙잡아. 특히 은우까지 끌어들이지 마. 아빠라면 최소한 아이 공부부터 챙기라고!”
심은지를 더욱 지치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강은우가 매일 방과 후 강우빈과 함께 한성 그룹 앞을 서성이느라 숙제가 밀려, 반쯤 밤을 새우는 날이 잦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점점 지쳐 가며 실수도 늘어났다.
“은지야, 난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해. 날 고소하는 게 널 편하게 한다면... 네 마음대로 해.”
그의 목소리는 잠시 흔들렸으나 곧 다시 차분해졌다.
“하지만 컨디션은 꼭 잘 챙겨. 필요한 거 있으면...”
뚝.
심은지는 끝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역시 임신부는 감정 기복이 크구나.’
강우빈은 그녀의 분노를 마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