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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그래, 알았어.” 강우빈은 한마디만 내뱉고 통화를 끊어버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강은우가 주혜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심은지를 위해 만둣국을 사러 가는 길이었고 아이가 따라오겠다고 조를까 봐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었다. 예전에 혼자서만 몰래 심은지의 뒤를 따라다닐 때까지는 그녀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밀어내진 않았다. 하지만 강은우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뒤로 심은지가 감정을 더 깊이 감춰 두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혹시 그들 부자를 싫어하는 걸까? 강우빈은 문득 여직원이 했던 임산부는 특히 민감하고 연약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무심코 전화를 끊은 뒤 시선을 옆으로 돌리다가 심은지와 눈이 마주쳤다. 강우빈은 자신이 통화하는 동안 심은지가 지켜보고 있었음을 느꼈고 그녀는 방금 한서연의 목소리도 분명히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무언가 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떼려 했지만 심은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예전처럼 캐묻거나 질투하지도 않았다. 예전에는 심은지가 괜히 질투하면 귀찮기만 했고 그녀가 예민하고 질투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으니 강우빈은 오히려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심은지는 아무 말도 없이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만둣국의 육수는 주인이 소뼈와 갈비를 몇 시간 동안 푹 고아 낸 깊고 진한 맛이었다. 심은지는 그 국물 맛을 음미하며 만두 하나를 집어 먹었다. 강우빈은 배가 불러서인지 갑자기 눈앞의 만둣국이 아무 맛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은지야, 나랑 한 비서 일은...” 강우빈은 한서연과의 관계를 굳이 해명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신한 심은지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심은지는 다 먹은 듯 입가를 닦더니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챙겨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쾅.” 강우빈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미간을 주무르더니 이내 그녀를 따라 문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버그린 글로벌 초등학교에서. “서연 이모, 저 들어갈게요.” 강은우는 손을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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