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입꼬리가 거의 귀에 걸려 있던 심수혁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
“무슨 뜻이야, 너 지금 나랑 이혼하겠다는 거야?”
내가 예전에 상상하던 모습처럼 기뻐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의외로 불쾌감이 서린 표정이었다.
주소민은 잠깐 당황한 듯하더니 눈빛이 번쩍하며 짧게 기쁨이 스쳤다. 하지만 말투는 괜히 나를 탓하는 것처럼 굴었다.
“희연 씨, 진짜 눈치가 너무 없네요. 수혁 오빠가 아까 이혼 얘기를 꺼낸 건 희연 씨가 좀 달래주길 바라는 거였지, 진짜 이혼하겠다는 건 아니잖아요.”
“이 서류 치워요. 오빠가 해외에서 일하고 돌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희연 씨가 이러면 너무 속상하지 않겠어요?”
겉보기엔 내 편을 들어주는 척하지만 주소민은 지금 심수혁을 일부러 자극하는 거였다.
그녀는 이런 수법을 예전에도 수도 없이 써먹었고 매번 효과도 확실했다. 그 결과로 심수혁은 내 직책을 내리기도 했고 급여도 두 달이나 깎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또 똑같겠지 싶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심수혁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너랑 이혼할 생각 없어.”
“서희연, 우리 둘 사이에 지금 엮여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그의 진심을 깨달았다. 심수혁은 결국 재산 분할이 걱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결혼할 때 혼전 재산은 각자 소유로 한다고 명확히 약정했고 이혼 후엔 서로의 재산에 손도 못 대게 해놨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말을 끊고 그 조항들을 하나하나 짚어줬다.
“그리고 당신이 또 하나 착각한 게 있어. 방금 내가 말한 건 ‘이혼하자’가 아니라 ‘우리 이미 이혼했어’야. 이 서류에 당신도 이미 사인했잖아.”
심수혁은 처음엔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황해했고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어. 내가 그런 걸 기억 못 할 리가 없잖아!”
나는 협의서를 넘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고 거기에 대충 휘갈긴 그의 서명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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