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6화 보복
“뭐라고?”
클로이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 나라의 대부분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무장 집단들은 모두 천왕궁과 용병 황제의 명성을 들어본 적이 있다. 따라서 흑카이사르가 그들의 영토를 지날 때 저항하지도 않고 항복했다.
붐-, 붐-, 붐-.
밖에서 또다시 포탄 소리가 들려왔다. 클로이는 긴장했다.
“당황하지 마, 절대로 당황하면 안 돼.”
클로이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리 본부에는 1000명이 넘는 전투 병력이 있어. 흑카이사르가 와도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어.”
클로이는 최대한 빨리 옷을 입고 말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흑카이사르를 막아야 한다, 이건 명령이야.”
붐-, 붐-, 붐-.
또다시 지진에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클로이는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클로이는 공포에 질려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다. 이윽고 그는 절망했다.
하늘엔 수십 대의 드론이 날아다니며 클로이 집단의 본부로 계속해서 내리꽂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위 1000명이 넘는 무장 병력은 이미 절반 이상이 무너진 상태였다.
“저……, 저 많은 드론이 어디서…….”
클로이는 온몸이 무력해졌다. 이 순간에서야 천왕궁의 공포를 진정으로 깨달았다.
이전에 금발 잭이 몇 대의 드론을 사용해 카이사르 용병단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 천왕궁이 수십 대의 드론을 동원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싸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화, 전화.”
클로이는 공포에 휩싸인 채로 금발 잭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그는 금발 잭에게 최후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화는 계속해서 꺼진 상태다. 그 순간 클로이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마 처음부터 금발 잭 일당은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 클로이 집단에 접근한 것은 클로이를 이용해 천왕궁에 맞서게 하려는 것뿐이었다.
결국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금발 잭 일당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이 나라를 떠나 클로이 집단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
“젠장!”
클로이는 분노에 찬 채로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클로이는 평생 전쟁터에서 살아왔지만 몇몇 애송이들한테 속아 넘어가다니, 참 허무한 일이다.
“막아, 꼭 막아야 해.”
클로이는 소리쳤다.
“어떻게든 흑카이사르가 들어오게 해선 안 돼.”
밖에서는 포탄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었다. 수십 대의 드론이 공격을 가해지자 클로이 집단의 철통같은 방어선은 장식품마냥 무너져 내렸다. 1000명이 넘는 무장 인원들도 그때 이미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때 검은 밤 속에서,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코트를 입고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지옥에서 걸어 나온 악마처럼, 그는 바로 흑카이사르였다,
용병 황제 흑카이사르.
클로이 집단의 이번 행동은 흑카이사르를 분노하게 했다. 그는 이곳을 인간 지옥으로 만들겠다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고 왔다.
흑카이사르 뒤에는 백 명이 넘는 전투 병력이 따르고 있었다. 그 중엔 흑카이사르의 신뢰받는 부하들과 용병 계에서 매우 유명한 용병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 모두가 강력한 힘과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외곽에서부터 여기까지 단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으며 전혀 손실이 없었다.
또한 그들과 함께 온 것은 한 대의 탱크였다. 그 탱크가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클로이 집단의 본부 앞에 도착한 흑카이사르의 손짓 한 번에 뒤따르던 탱크의 포구가 본부 입구를 겨누었다.
쾅-
한 발의 포격이 가해졌고 본부의 대문은 순식간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원래 그곳을 지키고 있던 클로이 집단의 무장 인원들은 더욱 패닉에 빠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흑카이사르가 본부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패닉상태였다.
“들어가자.”
흑카이사르가 명령하자 일행은 기세등등하게 클로이 집단의 본부로 진입했다.
안은 이미 드론의 공격으로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많은 무장 인원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면 땅에 엎드려 죽은 척하고 있었다.
가끔 저항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대포 한 방이었다.
“황제님, 보시다시피 그들이 항복하려는 것 같아요. 그럼 우리는 이제 뭘 하죠?”
탄약을 몸에 감싼 한 남자가 흑카이사르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의 말투에는 무료함이 가득했다.
“정말 재미없네요. 이번에 완전히 크게 한판 벌일 줄 알았는데 이놈들 하나같은 겁쟁이예요.”
“저도 이해가 안 가요. 폭풍이 어떻게 이런 녀석들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카이사르 용병단과 폭풍을 언급하자 흑카이사르는 분노와 아픔을 느꼈다. 심장이 아프지만 표현할 방법은 한숨을 내쉬는 것뿐.
이때까지 천왕궁의 국제적인 지위가 너무 높아 평화의 시간이 너무 오래된 탓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이사르 용병단도 날 것을 잃어버렸다고 할까나.
이에 따라 현재의 카이사르 용병단은 사실상 퇴보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쉽게 적에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너무 안일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안일함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기 제일 쉽다.
“일단 이 사람들의 총을 몰수해. 저항하는 자가 있다면 즉시 사살해.”
“예.”
흑카이사르는 명령을 한 이후,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기를 모아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용병 황제 흑카이사르다, 클로이 집단, 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
하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앞쪽 건물에서 몇몇 사람들이 뒷문 쪽으로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었다.
“리더님, 서남쪽에서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여기서 탈출하려는 것 같습니다. 클로이 그룹의 리더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공격할까요?”
흑카이사르의 통신용 이어피스에서 감시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는 클로이 집단 본사 상공에 떠 있는 한 대의 헬리콥터 안에 있는 감시자이다.
이는 헬리콥터에는 전문 감시자가 야간 투시경을 이용해 아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에서 전달된 정보에 따라 흑카이사르는 시가를 하나 켜고 깊게 한 모금을 들이마신 후 말했다.
“그들을 막아서. 내가 직접 처리할 거다.”
그 말을 마친 후, 흑카이사르는 시가를 문 채 서남쪽 방향으로 담담하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