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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궁천왕궁
By: Webfic

제1601화 끌고 가

그러나 김석훈의 실전경험은 턱없이 부족했고, 실전경험 없이는 가진 실력을 다 뽐내기 어려웠다. 한애는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밑바닥시절부터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왔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재능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은 최상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 속에서도 내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였다. 그런 한애가 김석훈 정도쯤 상대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쉬웠다. 한애는 눈 깜짝할 사이에 김석훈에게 한방 먹였다. 그러나 김석훈을 무너뜨리기까지 채 한걸음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로 한걸음 물러나 옥상 근처로 도망가버린 김석훈을 놓치고 말았다. 김석훈의 몸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김석훈은 맞은 곳이 아팠는지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날 잡고 싶은 가본데 넌 그럴 그릇이 못 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석훈은 몸을 갑자기 뒤로 젖히더니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 모습에 한애는 어두운 안색을 보이고는 곧바로 그 뒤를 쫓아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한애는 김석훈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고도 전혀 당황한 기색을 비추지 않았고, 오히려 이상야릇하게 웃어 보였다. “아수라와 회장님께서 선녀산에서 결전을 벌일 때에도, 이 수법으로 도망갔었지?” “지금 한인타운 전체가 천왕궁 사람들로 가득한데…… 도망갈 수는 있겠어? 정말 조 씨 그 녀석 말대로네.” 말을 마친 한애는 옥상 맨 끝자리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고, 김석훈이 떨어진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애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지지직 거리는 전류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전류 소리가 멈추자 한애는 담담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조 사장, 그 녀석이 옥상에서 뛰어내렸어. 위치는 네가 예상한 대로야. 도망쳐 봤자 200미터 밖이야.” “알겠어.” 이어폰 너머로 조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애는 이어폰을 빼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 밤 천왕궁의 이 많은 사람들이 너 하나 잡겠다고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 과분한 줄 알아. 네놈이 잡히기만 하면 네놈이 속해있던 조직까지, 내 손으로 직접 찾아내마.” 김석훈의 몸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등뒤로 갑자기 사출 장치가 튀어나오더니, 최첨단 기술에 의해 축소된 낙하산이 ‘툭’하고 튀어나와 김석훈을 위로 10미터가량 끌어올렸다. “이런 걸 구사일생이라고 하는 구나.” 김석훈은 흥분한 표정으로 낙하산을 조종하더니, 다시 아래쪽을 향해 추락했다.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무사히 착륙하기 어려운 높이였다. 하지만 김석훈에게는 그저 식은 죽 먹기였다. 착륙하기 직전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지만, 상당한 실력을 가진 김석훈이 이로 인해 떨어져 죽을 일 따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래쪽은 좀 낡아 보이는 거리였으나, 오늘 한인타운으로 출동한 천왕궁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거리에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김석훈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거리로 떨어졌고,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비수를 뽑아들더니 낙하산의 줄을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땅으로 굴러떨어져 두어 바퀴 공중회전을 하더니 그제야 일어섰다. 방금 전 한애와 결투를 벌일 때 한방 먹은 탓인지, 왼쪽 어깨뼈는 이미 산산조각이 난 듯했다. 그래서인지 김석훈은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길을 걸었다. “겨우 이까짓 수법으로 날 잡으려 하다니, 생각해낸 방법들 하고는.” 김석훈은 자신만만했다. 저격수로서 자격이 충분한 자였으니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예상범위 안이였다고 자부했다. 이때 김석훈은 자동차 한 대가 이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더니, 두말없이 그 앞으로 달려가더니 그 차를 막아세웠다. 차가 멈추자 운전석에 앉아있던 이가 창문을 내리더니, 고개를 들어내 김석훈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내려, 씨X.” 김석훈은 사나운 얼굴을 한 채 운전석 쪽으로 돌진했고, 손에는 날카로운 비수를 쥐고 있었다. 김석훈은 강제로라도 운전석에 앉아있던 이를 끌어내고, 자신이 그 차를 타고 도망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의 이마를 저격하고 있던 총이었다. 이를 본 김석훈은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로는 뭔가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김석훈은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조경운이 휠체어에 탄 채 김석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 뒤에는 천왕궁의 내노라 하는 실력자들도 여러 명 따라오고 있었다. “드디어 만났군요, 김석훈씨.” 김석훈이 중원각을 폭파시켰다는 사실을 앎에도 조경운은 매우 젠틀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 표정을 통해 조경운이 대체 김석훈에게 얼마나 큰 원한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물론 제 기분을 숨길 줄 아는 조경운이 그리 쉽게 의도를 드러낼 리도 없었지만. “조천왕이로구나.” 김석훈도 이에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방금 전 옥상에서 짓던 웃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조금 전 옥상에 있었을 때는, 아직 살 길이 하나 더 남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고, 그 덕분에 속 편히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전과 달랐다. 지금의 김석훈에게 더이상 다른 살 길은 없었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석훈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내가 먼저 시작할까, 아니면 네가 먼저 반항할 때까지 기다릴까?” 조경운은 김석훈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날 잡고 싶은가 본데.” 김석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네 생각대로 되지 않을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석훈은 자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김석훈의 몸에 묶여있던 여러 개의 폭탄이 모습을 드러냈고, 김석훈은 그 장치를 폭파시키는 버튼으로 손을 갖다 대었다. “조천왕, 너희 천왕궁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그렇게 많다며? 그럼 차라리 오늘 나랑 다 같이 죽는 건 어때?” 김석훈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에 조경운은 그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역시 죽는 건 무서운가 봐.” 조경운이 계속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김석훈은 또다시 광기로 가득 찬 모습을 드러냈다. “천왕궁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가짜였나 보네. 지금 내가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다들 끝장 나는 거야, 알기는 해?” “그러니 조천왕, 내가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어때?” “그건 안될 말이지.” 조경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뒤집어 보였다. “그게 무슨…….” 김석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경운의 손끝을 통해 금으로 된 침 몇 개가 날 아갔고, 그 침들은 하나같이 김석훈의 몸 곳곳에 있는 혈자리에 꽂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김석훈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김석훈은 그저 전류 비슷한 것이 자신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만을 알 수 있었고, 곧 온몸이 찌릿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게 무슨…….” 김석훈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이와 함께 좋지 않은 예감이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동양에서 전수받은 고점혈법.” 조경운은 다시금 손을 뒤집었고, 이번에는 머리카락 굵기만 한 골드 침 몇 개가 김석훈을 향해 내리꽂았다. 그러고는 마치 누에가 실을 토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김석훈의 몸을 몇 바퀴나 감았다. 김석훈은 이제 완전히 조경운의 허수아비가 된 것이다. “조천왕, 이러지 말고 말로 해결하지 그래!!!” 식은땀 한 방울이 김석훈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남은 카드를 다 써버린 듯한 김석훈은 결국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방금까지도 젠틀하게 웃어 보이던 조경운은,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끌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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