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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궁천왕궁
By: Webfic

제1603화 가난이 죄야 죄

“지루해서라고?” 그 말을 듣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다 어이없어했다. 얼마나 지루했으면 감히 천왕궁을 귀찮게 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걸까?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들리긴 했지만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이라는 조직이 감히 무슨 이유로 천왕궁을 귀찮게 굴었든 간에, 하천과 이 자리에 있는 천왕궁 천왕들은 그놈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생각이었다. “신이 베이스 캠프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엄여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한 모금 빨아들이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T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겪은 후로, 엄여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원래의 엄여수라면, 난봉꾼에 분방자재한 날들을 보내며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습게 대하기 마련일 텐데, 지금은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였고 한껏 진중해진 듯했다. 조경운이 이에 대답했다. “섀도우 부에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카덴이 정기적으로 신이 조직에 있는 놈들을 데리고 파티를 한다던데 장소는 대부분 멕시코라고 하더라.” “멕시코?” 이에 하천과 뭇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멕시코 어디? 시간은 언제고?” 이에 조경운은 계속 그 물음에 대답해나갔다.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모르지만 걔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아. 향정신적 약품 밀매 조직 두목 조구만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조구만?” 하천과 뭇 천왕들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아니었다. 이 조구만이라는 이는 서양 쪽에서도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멕시코는 지금 정세가 꽤 혼란스러웠다. 그중에서도 여러 가지 향정신적 약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걸로 유명했는데 그 때문에 약장수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약장수들이 가지고 있는 무장 역량도 만만치 않았기에 툭하면 정부측과 공공연히 맞서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조구만이라는 자는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향정신적 약품 밀매 조직 두목이었는데, 막강한 무장 역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현지에서도 매우 골치 아파해 하는 존재였다. 조구만은 멕시코 현지 임원들의 눈엣가시라고 해도 과분하지 않을 정도였다. 최근 몇 년간 몇 번이고 조구만 그룹에 포위 토벌을 시도했지만, 그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구만 그룹을 쳐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구만이 국내에서 더욱 명성을 떨치고, 심지어 비즈니스의 규모와 세력을 더 키우는데 힘을 보탠 셈이었다. 멕시코에서 유통하고 있는 향정신적 약품들 중 3분의 1이 전부 조구만 그룹에서 유통하고 있던 물건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조구만은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조구만 그룹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제2세계가 그 뒤에서 묵묵히 후원해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많은 이들은 그저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였다. 조경운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조구만은 제2세계 사제회와 줄곧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왔어. 향정신적 약품의 특수성 때문에 제2세계 뭇 범속 초월 조직도 그 약품과 접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대. 그러니 조구만이 지금 멕시코에서 가장 큰 약쟁이가 될 수 있었던 건, 제2세계가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분하지 않을 정도야.” “섀도우 부에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신이의 수령인 카덴이 나타난 후에 바로 조구만을 찾아들었는데, 조구만이 제2세계 놈들한테 잘 보이겠다고, 카덴한테 돈이고 정보고 다 처넣어서 꽤 큰 도움을 줬다고 하더라. 신이라는 놈들이 활동할 때에도 거의 조구만이 서포트했다고 보면 돼.” “그러니 신이 베이스 캠프를 찾으려면 먼저 조구만부터 찾아내야 돼. 이 녀석만 잡으면 신이 찾는 것도 시간 문제야.” 하천은 고개를 들어 해면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향정신적 약품에 관해서는 염군한테 물어보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을 지도 몰라. 골든 트라이앵글 쪽 장군 출신이었으니, 조구만이라는 놈을 알고 있을 지도 몰라.” 이에 조경운이 그 말에 대답하기라도 하듯이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조구만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자마자 염군에게 알렸습니다. 염군은 조구만이라는 자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에 몇 번 만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조구만은 그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다는데, 요 몇 년 사이 멕시코에서 가장 큰 약장수가 되어있었을 줄은…….” 이에 하천이 입을 열었다. “이 일은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 염군한테 조구만을 통해 신이의 행방을 찾아내라고 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얼굴 비출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예.” …… 어둠이 찾아든 멕시코 모 시의 어느 평민 소굴 안. 멕시코의 약장수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 바로 이 슬럼가였다. 이곳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고 지형까지 복잡했으니, 정부측에서 이런 곳에서 약쟁이들을 상대로 포위 토벌하려 든다면 아주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에 사는 많은 이들은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기에,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이런 약품 판매 그룹에 가입해서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는 데 급급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얼핏 봐도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보이는 슈퍼카 한 대가 슬럼가의 입구 쪽에 세워졌다. 이런 슈퍼카가 나타나자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은 전부 그리로 집중되었다. 거무스름한 피부에 여윈 몸을 한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슈퍼카를 둘러싸더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살펴보기 바빴다. 차 문이 열리자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몸을 한 남자 둘이 내려와서는 뒤쪽 차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이어 군화를 신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는데, 바로 천왕궁 18대장 중 한 명인 염군이었다.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본 염군은 웃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사탕을 한주먹 꺼내들더니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아이들은 들개처럼 달려들어서는 사탕을 빼앗기 시작했다. 눈앞의 장면을 보고 있던 염군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역시 어디든 똑같아. 예전의 골든 트라이앵글이 이랬었는데 지금은 이 멕시코 슬럼가도 마찬가지네. 가난이 죄야 죄.” 말을 끝낸 염군은 시가에 불을 붙이더니 곧 수하 둘의 뒤를 따라 슬럼가안으로 들어갔다. 염군 등 뭇사람들은 앞에 있던 골목을 가로질러 길을 따라 더 깊은 곳을 향해 들어갔고, 언덕 위에 세워진 건물 앞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건물은 무척이나 낡아 보였는데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해봤자 겨우 3층짜리 건물에 불과했다. 게다가 유리창은커녕 그저 낡아빠진 천 따위로 창문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는 무기로 무장한 이들로 가득했는데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심지어 십 대 소년들 몸에서도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 캠퍼스에서 청춘을 즐기는 우리나라 소년들과 달리, 이곳에 있는 소년들은 제 입에 풀 칠이라도 하기 위해 손에 총을 들고 전투에 투입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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