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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궁천왕궁
By: Webfic

제1604화 조구만

손에 ak를 들고 웃통을 다 드러낸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염군 쪽을 향해 걸어왔다. 이 사람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 해봤자 30대 남짓이었고, 15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이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몇 명은 이미 걸어올 때부터 총을 염군 쪽을 향해 겨누고 있었는데 경계심과 적의를 가득 품은 듯했다. “너희들 누구야?” 앞장선 남자가 다가오더니 물어보았다. 오래전 골든 트라이앵글쪽의 장군이었을 뿐만 아니라 천왕궁 18대장 중 하나인 염군이 겨우 이까짓 총에 놀랄 리가 없었다. 염군은 손에 든 시가를 마저 피우며 말했다. “너희들 형님 조구만한테 가서 골든 트라이앵글 염군이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전해.” “골든 트라이앵글 염군?”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조금 의혹스러워해하는 눈치였다. 염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게 확실했다. 사실 염군은 오래전 골든 트라이앵글 쪽에서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아주 유명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향정신적 약품 밀매 조직의 두목이더라도, 약간의 명성이라도 가지고 있는 한 염군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은 염군이 천왕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약 따위 건드리지 않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여전히 염군에 관한 얘기가 돌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염군을 모르다니, 그렇다는 건 별 볼 것 없는 이들에 불과하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자신이 누군지 눈치채지 못한 걸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염군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천왕궁의 염군이 찾아왔다고 해도 좋다.” “천왕궁!!!” 천왕궁 염군이 골든 트라이앵글 염군이라는 설명보다 훨씬 잘 먹히는 듯했다. 염군이 천왕궁이라는 세 글자를 입밖으로 내뱉자 듣고 있던 이들의 안색이 조금 달라진 듯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앞장서던 남자는 그 말에 응하기 위해 몸을 돌려 골목 안으로 달려갔다. 산 중턱 즈음에 3층짜리 건물만 한 높이의 가옥이 한 채 있었는데, 얼핏 봐도 슬럼가를 통틀어 가장 높고 호화로운 건물임이 분명했다. 가옥 앞에는 화기를 손에 든 별의별 사람들이 다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 2층에는 꽃무늬 셔츠를 입고 구레나룻을 기른 어마어마하게 큰 다이아반지까지 낀 남자가 탁자 앞에 앉아있었는데 한창 하얀 가루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때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쿵쾅거리며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개운하다는 듯이 소파에 기대었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약이 가져다준 정신적 자극과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조구만 장군님, 천왕궁의 염군이라는 자가 긴히 장군님께 할 말이 있다면서 찾아왔습니다.” 수하 한 명이 방에 들어서기 바쁘게 남자에게 이 일을 알렸다. “염군.” 소파에 기대고 있던 조구만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조구만은 옆에 있던 무기를 손에 쥐더니 아래층까지 한달음에 뛰어내려갔다. “조구만 장군님, 지금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말을 전하러 온 수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구만을 쳐다보았다. 조구만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임무를 내렸다. “너희들 당장 나가서 염군을 죽여버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이에 그 수하는 충격과 의문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조구만을 향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조구만 장군님, 아무리 그래도 천왕궁 사람을, 지금 천왕궁과 맞서시겠다는 겁니까?” “씨X!!!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빨리…… 빨리 가서 해치우기나 해.” 조구만은 자신의 말에 토를 달던 수하의 뒤통수를 세게 치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한마디만 더 했다간 네놈 모가지부터 먼저 날아갈 줄 알아.” “알겠습니다, 조구만 장군님.” 그 수하는 허둥지둥 이곳을 떠나 염군 패거리와 싸울 준비를 했고, 조구만은 무기와 귀중품 몇 개를 가지고는 자신의 밀착 수행원 몇 명을 불러다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염군 등 뭇 사람들은 여전히 건물 밖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지루했던 탓에 마주하고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 바로 이때 조금 전의 그 남자가 돌아와서는 입을 열었다. “염군 천왕님, 우리 장군님께서 모시고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남자는 공손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쪽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몸을 돌려 앞을 향해 걸어갔고 염군과 나머지 사람들은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앞장서던 이는 티 나지 않게 주위에 있던 다른 동료들에게 은밀하게 제스처를 해 보였는데, 얼핏 봐도 분명 공격하라는 뜻이 담긴 제스처였다. 제스처의 뜻을 잘 알고 있던 동료들은 크게 놀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염군과 그 부하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탕탕탕!!! 슬럼가에 맑은 총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를 시작으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많은 총이 염군과 그 나머지 몇 명을 향해 총을 갈겼으니, 보통 사람이었다면 벌써 피투성이 범벅이 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염군이든, 염군이 데려온 수하들이든 다들 범속 초월 수준의 고수였다. 그러니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총은 그리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재빠르게 그들의 사격을 피한 염군 그리고 그 수하들은 이에 맹렬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장사만 하던 약장수들이 범속 초월의 고수들을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채 1분도 되지 않아 염군과 그 수하들 주위는 피투성이 범벅인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소리를 듣고 계속해서 총을 들고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씨X.” 염군 뒤에 있던 수하 한 명이 짧게 욕을 내뱉더니 염군에게 말했다. “형님, 조구만이라던 자에게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게 확실합니다. 우리가 신이의 행방을 물으러 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먼저 손을 쓴 거죠. 감히 우리 천왕궁과 맞서려든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에 염군이 대답했다. “화낼 것 없다. 제2세계와 천왕궁, 이 둘 사이에서 제2세계를 선택하는 것도 이해할만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달려들고 있어요. 쳐들어가서 조구만을 잡을 가요?” 염군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조구만이 여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이 곳 전체가 그놈 구역인데 굳이 거기 남아서 위험을 무릅 쓸 필요는 없지. 아마 벌써 다른 길을 통해 도망쳤을 지도 몰라.” “그럼 형님, 이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염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헬기 한 대가 이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염군은 입가에 웃음을 띈 채 말했다. “여기 남아서 여기 이놈들이랑 좀 놀아주지 뭐. 조구만은 절대 어디 멀리 가지 못할 거다.” 조구만은 부하 몇 명과 함께 산 중턱에 있는 다른 길을 따라 빠른 움직임으로 산 아래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통해 조구만은, 자기 쪽 사람들이 지금 한창 염군과 그 부하들을 상대로 치열한 교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자기 쪽 사람들이 절대 당해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조구만은 방금 전 마치 천왕궁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매우 결단력 있게 염군과 그 부하들을 해치우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몹시 당황해했다. 자기 쪽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자신이 도망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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