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양나민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
“앞으로 내 자리는 여기로 할게.”
진시후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 놓인 회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양나민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가 편한 대로 해. 요즘은 암금 그룹 쪽 대형 계약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이따가 유미 씨한테 회사 자료 좀 받아서 읽어봐.”
“맞다, 오늘 저녁 나랑 같이 집에 가서 밥 먹을래?”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의 당부가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이제 막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다. 얼른 진시후의 존재를 알려주어야 그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을 게 분명했다.
“좋아.”
진시후는 단번에 수락했다. 양나민과의 오해를 풀게 된 것도 결국 그녀 할아버지의 도움 덕이었다.
무엇보다 양씨 가문의 영향력은 단주시에서도 상당했다. 진시후도 이번 기회에 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싶었다.
진씨 가문이 멸문한 그날 표면적으로는 변민형의 짓이었지만 뒤에서 조종한 자들이 분명 따로 있었다.
그는 양나민의 할아버지가 반드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모두 찾아낼 거야!’
이상하게도 회사라는 공간에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앉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졌다.
잠시 후, 코 고는 소리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양나민은 어이없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설마 자는 거야? 코까지 골면서?’
하지만 평온하게 자는 그의 모습을 보니 양나민은 결국 깨울 수가 없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진시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양나민의 시선을 느끼곤 어색하게 웃었다.
수진계에서 돌아온 뒤, 그는 오랜만에 마음을 푹 놓고 있었던지라 조금 졸고 말았다.
“진시후 맞지? 배짱은 제법이네.”
전화기 너머에서 낮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나와서 한번 만나.”
“누구지?”
진시후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상대는 그가 이렇게 물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지 잠시 침묵하다 곧 목소리를 높였다.
“내 흑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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