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진시후는 김유준을 보며 웃었다.
녀석이 빙빙 돌려 양나민에게 접근한 목적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진시후는 김유준 뒤에 누가 있는지 궁금했다.
서씨 가문일까, 변민형일까? 아니면 진성 그룹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다른 사람들일까?
일이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진시후는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판이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쁠 것도 없었다. 미끼를 던져야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법. 놈들이 천천히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한다면, 진시후 역시 즐겁게 상대해 줄 생각이었다.
“행장님,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저놈이 은행 기물을 파손하고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넣어야 합니다!”
나혁진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쏜살같이 우하빈에게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우하빈은 산산조각이 난 방폭문과 바닥에 널브러져 신음하는 건장한 남자들을 훑어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단순한 기물 파손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바닥에 짓눌려 있는 김유준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김유준 씨?”
“아이고, 왜 이러세요! 어서 발을 떼십시오!”
우하빈은 황급히 달려가 진시후를 밀어내려고 했다.
진시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우 행장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진시후? 아, 아니, 진 대표님. 왜 이러십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좋게좋게 말씀하시죠!”
우하빈도 연회에 참석했었기에 진시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혁진을 쏘아봤다.
“자네는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쩌다가 고객끼리 이런 험악한 상황을 만들었어!”
진시후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우 행장님, 양 대표님은 분명 대출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어떻게 김유준에게 납치당해 폭행까지 당했는지 참 궁금하네요.”
양나민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손목에는 붉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
우하빈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끔찍한 상처군!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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