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경찰서 조사실의 빛은 차갑고 쨍하게 비쳤다.
안이서는 강재민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손은 의자 등받이에 수갑으로 묶여 있었으며 정성스럽게 한 화장은 눈물로 번져 흐트러져 있었다.
안이서는 허탈하고 불안해 보였고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강재민을 바라봤다.
“재민아, 제발 도와줘. 네가 경찰이랑 말해. 다 사고였다고. 폭죽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고 해.”
강재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경찰이 방금 내민 증거 자료들 위에 머물렀다.
사설탐정이 제출한 조사 보고서, 안이서가 특정 폭죽을 구매한 흔적이 드러나 있는 자료.
사고 당시 피아노 학원 근처 상점 직원들의 흐릿한 기억을 되돌린 것, 그날 안이서가 주변에 있었다는 점.
기술적으로 복원된 일부 영상과 당시 파손됐다고 여겨졌던 CCTV 영상 속 흐릿하지만 급하게 도망가는 안이서의 모습.
그때, 중년 경찰이 다가와 종이를 강재민 앞에 밀어 놓았다.
“강재민 씨, 이 합의서는 당시 본인이 제출하신 겁니다. 그 위의 서명은 필적 감정 결과 신지은 씨 본인이 쓴 것이 아닌 것으로 나왔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강재민의 시선은 자신이 흉내 낸 신지은의 글씨체 위에 멈췄다.
종이는 약간 오래되어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그는 병실에서 신지은이 창백한 얼굴로 막 배운 서투른 수화를 하며 조급하게 손짓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조사에 진전은 있어?]
당시 그녀는 들리지 않아 눈빛이 너무 공허했지만 그만큼 강재민을 온전히 믿는 듯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강재민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고 손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이 사건은 내가 맡을게. 넌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그러고는 돌아서서 서명을 위조한 합의서를 만들어 신지은이 진실을 밝힐 권리를 앗아갔다.
지난 6개월 동안, 강재민은 신지은이 절망의 끝자락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것을 지켜봤다.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컵에 부딪혀 당황하는 모습, 의사소통이 안 돼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모습, 밤마다 조용히 눈물 흘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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