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구치소에서 나온 뒤, 강재민은 한동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강씨 가문의 대저택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곳의 공기, 분위기, 그리고 모든 인테리어는 자신의 실패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안이서의 집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 마치 이끌리듯, 그는 다시 그 임대 아파트로 향했다.
마침 집주인이 문 앞에 있었고 그를 보자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재민 씨, 마침 잘 왔네. 이 집 리모델링해서 다시 내놓으려고 하거든. 안에 있는 물건들은...”
강재민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계속 살겠습니다.”
집주인은 열쇠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문을 여니 실내에는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고 신지은의 물건은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생활의 흔적이라고 할 만한 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괜히 마음이 흔들릴 일은 없겠네.’
이런 생각을 했지만 여전히 텅 가슴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거실을 대충 정리한 뒤, 강재민은 바로 침실로 들어갔다.
평소와는 달리 침대 옆 서랍이 반쯤 열려 있었고 끌어당겨 보니 안은 비어 있었다.
신지은이 떠날 때 챙겨간 짐 때문에 옷장도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줄 알았을 때 옷장 맨 아래, 가장 안쪽 구석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손에 걸렸다.
조심스럽게 꺼내 보니 그건 조금 낡은 노트였다.
‘아, 이게 여기 있었네.’
그건 전에 신지은이 아이디어를 적거나 작은 것들을 붙이던 노트였지만 언젠가부터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강재민은 천천히 첫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대학 시절 공연하던 곳 백스테이지, 그는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조금 어리숙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신지은은 그의 어깨에 기대 반짝이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사진 아래, 단정한 글씨로 이런 문구도 함께 적혀 있었다.
[나보고 해바라기보다 더 눈부시대.]
두 번째 장. 호숫가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을 강재민이 몰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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