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투어가 중반을 넘어서자 신지은의 이름은 점점 더 많은 전문 음악 평론과 기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이상 불의의 청력 상실 후 기적적으로 회복한 연주자라는 자극적인 수식어가 앞에 붙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기량과 음악적 해석 자체를 다루는 평가들이 늘어났다.
"전통 레퍼토리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섬세하면서도 깊이가 있었습니다."
"폭발하는 순간에는 청중의 심장을 직접 두드리는 느낌을 받아 아주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심지어 조수희를 통해 독립 공연 제안과 협업 의사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지은의 세계는 음악을 중심으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시 구축되고 있었다.
민서준과의 관계는 이 새로운 세계 속에서 조용히 맞춰진 하나의 퍼즐 조각 같았다.
그는 말수가 극히 적었고 대부분의 시간은 장비와 음향에 몰두해 있었다.
하지만 신지은은 곧 알게 됐다.
그의 관찰력은 놀라울 정도로 예민하다는 걸.
신지은이 연주 자세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의자가 필요해 보였던 날 이후, 다음 날 리허설 때면 그녀의 자리 옆에는 항상 딱 맞는 높이의 받침이 놓여 있었다.
연습 전에 늘 따뜻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시는 습관도 아는지 물은 언제나 신지은이 도착하기 몇 분 전, 딱 좋은 온도로 악보 옆에 놓여 있었다.
어느 날, 합주가 끝난 뒤 신지은은 혼자 남아 난도가 높은 트레몰로 구간을 반복 연습하고 있었다.
손끝이 저릴 만큼 연습했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맞지 않는 느낌에 그녀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연주를 멈췄다.
“여기요.”
갑자기 등 뒤에서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란 신지은이 뒤를 돌아봤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민서준은 자기 귀를 가리킨 뒤, 신지은의 악기를 가리켰다.
“공명 진동 피드백이요. 이 부분에서 힘을 너무 빨리 거둬요. 손끝에 힘을 1초만 더 남겨두고 진동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해보세요.”
그는 전문적인 음악 용어가 아닌 연주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과 반응으로 설명해 줬다.
곧, 신지은이 민서준의 말대로 다시 연주하자 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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