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내면의 고통과 통제 불능의 감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강재민은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헛된 짓이어도 좋아.'
그는 신지은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조수희에게 직접 연락하면 거절당할 걸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순회공연 주최 측의 한 고위 관계자를 어렵게 찾아냈고 강씨 가문에 아직 남아 있던 미미한 인맥과 영향력까지 끌어모았다.
심지어 몇 가지 사업적 양보까지 대가로 내놓은 끝에 신지은의 업무용 연락 메일이라고 전해진 주소 하나를 손에 넣었다.
이건 팀에서 관리하는 필터 메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재민은 꼬박 이틀을 들여 메일 한 통을 썼다.
처음에는 모든 상황에 변명하려다 멈췄고 사과하려다 다시 고쳤으며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설명하려 애썼다.
[지은아, 나는 네 용서를 구할 자격도 이렇게 네 이름을 부를 자격조차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매일 과거를 되짚었어. 내가 외면했고 왜곡하며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던 모든 순간들을.]
그는 처음부터 흔들렸던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인정했다.
신지은을 돌보는 과정에서 결코 순수하지 않았던 순간들, 무심했고 냉담했던 마음도 인정했다.
‘구원자’라는 역할에 도취해 스스로를 속이고 미화해 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것을 들을 수 있었고 결연히 떠났다는 걸 알았을 때 자신이 느낀 감정이 단순한 해방이 아니라 공포와 상실, 그리고 너무 늦게 찾아온 통렬한 각성이었다는 것까지 받아들였다.
[나는 네가 돌아오길 바라는 건 아니고 이 메일을 끝까지 읽어주길 기대하지도 않아. 그저 거짓으로 가득 찬 내 자신을 더는 짊어지고 살 수 없을 뿐이야. 네가 받은 상처도 진짜였고 나의 비열함도 진짜였어. 미안해. 내가 한 모든 행동에 대해 사과할게. 그리고 그걸 희생과 헌신이라고 착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중이야.]
그렇게 썼다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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