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공연이 끝나자 백스테이지에는 꽃다발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연 성공을 축하하는 꽃, 존경과 감탄을 담은 꽃중에 매번 똑같이 들어오는 꽃다발이 하나 있었다.
화려한 장미도, 향이 강한 백합도 아닌 소박한 흰 튤립에 초록빛 실버 리프 몇 줄기.
꽃다발은 연회색 무광 포장지에 싸여 있었는데 카드도 없었다.
처음 받았을 때 신지은은 조금 놀랐지만 이후로는 매 공연마다 꽃다발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자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리고 꽃다발은 늘 스태프가 대신 받아 그녀의 대기실 문 앞에 조용히 놓아두곤 했다.
익명으로 보내 조용하지만 끊기지 않는 존재감.
무대에 서 있을 때면 신지은은 가끔 관객석 어딘가에서 다른 환호나 감상과는 다른 결의 시선을 느끼곤 했다.
더 무겁고 더 오래 머무는 어딘가 복잡한 시선.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 시선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분명한 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투어의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신지은의 이메일로 리스닝퓨처라는 국제 자선재단에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에는 에코라는 예술 치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청각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음악을 통해 심리적 지지와 감각적 자극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재단은 신지은을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설계에도 참여해 전문성과 그녀만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소리와 세상이 다른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랐다.
메일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임을 알지만 어떤 경험은 다른 이들을 비추는 빛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신지은은 모니터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아무 답장도 보내지 못했다.
처음 청력을 잃었을 때 느꼈던 끝없는 어둠과 숨 막히는 침묵, 손끝으로 현을 튕겨도 아무런 되돌아옴이 없던 절망감, 그리고 소리가 조금씩 돌아오던 순간의 두려움과 낯선 세상.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메일에 이런 답장을 보냈다.
[저를 이런 프로젝트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또한 이건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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