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7장
고연화가 덤덤하게 소피아를 흘겨봤다.
“벗기가 좀 불편해서요, 죄송합니다.”
소피아가 약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웃어보였다.
“왜 불편한데요?”
“몰골이 흉측해서 두 분 놀래키기 싫습니다.”
“그게 뭐 어때서요? 저희 안 놀라요! 설계사 님은 벌써 실력만으로도 모든 걸 이기셨는데 외모가 뭐가 중요할까요! 얼굴 보고 잘 알아가 봐요!”
더는 소피아의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았던 고연화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할 때, 허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벗어 보죠!”
움찔 놀라며 굳어버리는 고연화다.
“......선생님, 저희 계약은 오늘부로 정식으로 종료됐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강요할 의무는 없으신 것 아닌가요? 죄송한데 집에 일이 있어서 이만!”
몸을 휙 돌려 빠져 나가려는 고연화의 손목을 남자의 큰 손이 덥석 잡아 쥐었다.
“벗으라니까!”
고연화가 찬 공기를 입안 가득 들이마셨다.
오늘은 도망갈 데가 없는 것 같다.
고개를 돌린 고연화가 못마땅해 하며 허태윤을 쏘아봤다.
“선생님도 저 도둑으로 의심하시는 겁니까? 굳이 얼굴을 보셔야 겠어요?”
허태윤이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연화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찔립니까? 왜 안 벗으려고 하는데요, 당신 대체 누군데?”
문득 신월 그룹에서 처음 Moon을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날 고연화도 신월 그룹에 있었지만 고연화와 Moon은 동시에 나타나질 않았었지.
고연화와 신월 그룹 육호중, 윤혜영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자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충격적인 추측 하나가 머리 속을 휩쓸었다.
고연화와 Moon은 동일인물이 아닐까?
그래서 처음부터 그렇게 한사코 커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기를 쓴 것 아닐까?
마주치면 바로 들킬까 봐?
게다가 Moon의 배는 단순히 살이 찐 거라고 하기엔 이상해 보였다.
모래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 허태윤의 눈에 한줄기 빛이 드리웠다.
기뻐서인지 화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허태윤은 결코 손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빼내려 했지만 소용 없었고 어찌나 꽉 쥐었는지 아프기까지 했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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