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5장
고연화는 눈을 축 드리운 채 앞에 놓인 두가지 요리만 짚고 있었다.
유영이 시킨 요리였고 딱히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상관 없었다.
지금은 뭘 먹든 다 똑같으니까.
유영 역시 식사엔 집중도 못한 채 줄곧 시계만을 내려다 봤다.
허윤진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그때, 진현우가 닭날개 하나를 유영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해? 먹지도 않고?”
정신을 차린 유영이 멋쩍게 웃음 지었다.
“어......아, 아무 것도 아니야!”
허윤진이 계속 할머니를 모셔오지 않으면 숙모는 얼마 남지 않은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가려 할 텐데!
고연화는 멀리 있는 요리는 짚지도 않은 채 밥만 우걱거리고 있었다.
속도를 늦추게 하기 위해 유영이 야채 몇 가지를 그릇에 놔주며 말했다.
“연화야, 밥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어! 비타민 보충도 해야지!”
고연화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고마워.”
별 생각 없이 유영이가 집어다 준 얇은 당근 몇 장을 입에 가져가려는 순간......
또다른 젓가락 하나가 고연화의 젓가락을 가로챘다.
움찔 놀라던 고연화가 고개를 들어 건너편의 허태윤을 째려봤다.
“왜요 또.”
가뜩이나 견디기 힘든 식사 자린데 또 시비 건다 이거지?
허태윤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딴 사람은 모른다 쳐, 자기가 무슨 알레르기 있는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
눈을 드리우고 내려다 보니 그제야 자신이 당근 알레르기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앞서 검사 결과지엔 당근 알레르기가 있다고 씌어져 있었지만 평소 가끔씩 먹는 데엔 별다른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예상치도 못한 건 이 남자가 심지어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것.
설마 그걸 외운 건 아니겠지?
심장이 덜컥 요동쳤지만 이내 고연화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게다가 기억한다 해도 배 속의 아이가 걱정돼서 저러는 거겠지.
남자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고연화는 더우기 불안감이 증폭했다.
허태윤 말이 맞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뺏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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