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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5장

피할 데가 없었던 윤혜영이 결국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선생님, 몸조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와서 방해해서는 안 됐는데 죄송해요.” “괜찮아요, 찬이 여자친구 생겼다니까 나도 한결 기분이 좋네요.” 침묵한 윤혜영은 살짝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러 올게요.” 밖으로 나가는 윤혜영의 뒤를 강찬양이 후다닥 따라갔다. “아빠, 나 여자친구 바래다 주고 올게!” 강명훈이 보기 드물게 환하게 웃었다. “그래, 가봐!” “근데 아빠......” “걱정 마, 아빠 다신 그런 멍청한 짓 안 할 거니까.” 그제야 강찬양은 비로소 한시름을 놓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 복도. 강찬양이 뒤따라가 윤혜영의 손목을 잡았다. “누나, 여기까지 왔는데 벌써 가게? 나랑 좀 있자!” “거짓말한 건 아직 결판 내지도 않았는데 같이 있자고?” 강찬양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푹 숙이더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누나, 내가 방금 솔직하게 다 털어놨잖아. 다 누나 보고 싶어서 그런 거지.” 윤혜영이 에누리 없이 쌀쌀맞은 눈빛을 보내왔다. “거짓말 했으면 한 거지! 되도 않는 핑계 대지 마!” “거짓말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 이젠 이런 원칙상의 거짓말은 안 할게, 화내지 마......” “원칙상의 거짓말? 그럼 다른 거짓말은 또 하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예를 들면 결혼 뒤에 서프라이즈 해주는 건 거짓말로 좀 포장해야지 않겠어? 가끔씩 이런 하얀 거짓말은 부부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준다고!” 움찔 놀라던 윤혜영이 눈을 부라렸다. “누가 너랑 결혼한대?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강찬양이 턱을 한껏 치켜 들었다. “난 우리 애 이름까지 생각해 뒀거든!” “넌 하루 종일 그런 생각 밖에 안 해?” “무슨 소리야! 누나 먹여 살리려고 일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윤혜영이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만지작댔다. “됐고! 여기서 시간 낭비할 사이에 아버지한테나 가봐! 어제 금방 그런 일 겪으셨는데 지금일수록 더 신경 써드려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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