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나는 신해정이야
밤은 먹물처럼 짙었고, 주혜진의 스튜디오는 이미 사람 하나 남지 않은 뒤였다. 비상등 몇 개만 희미하게 켜져 있을 뿐, 주변은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고요했다.
그때 비상계단 쪽 문이 끼익 하고 가볍게 울리며, 밖에서 아주 조금 열렸다. 그러더니 왜소한 그림자 하나가 문틈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회색빛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었다. 모자는 깊게 눌러쓴 탓에 얼굴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사방을 경계하듯 훑어보고,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쥐처럼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청소부는 망설이지 않았다.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곧장 걸어갔다. 예복을 따로 보관해 두는 휴게실이었다.
낮에는 전수진이 직접 아이보리빛 예복을 그 안에 넣고 문을 잠갔다. 전수진은 누구든 가까이 오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당부했다.
청소부는 문 앞에서 멈춰 서서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몇 개를 시험하더니 금세 맞는 열쇠를 찾아냈다. 자물쇠 속이 딸깍 소리를 내며 풀렸고 문이 열렸다.
청소부는 몸을 비집어 안으로 들어간 뒤, 곧장 문을 닫았다.
방 안은 캄캄했다. 달빛이 희미하게 스며든 가운데, 방 한가운데에는 사람 크기의 마네킹이 조용히 서 있었다. 마네킹 위에는 커다란 방진 커버가 덮여 있었다.
오늘 밤 목표는 바로 그것이었다.
청소부의 숨이 가빠졌고 심장이 가슴 안에서 쿵쿵 뛰었다. 청소부는 마네킹 앞으로 다가가 손끝이 떨리는 채로 방진 커버의 지퍼를 내렸다.
예복이 달빛 아래 드러나는 순간, 청소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얇은 망사가 꿈처럼 아득했다. 옷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값지고 특별한 옷이었다. 이건 그냥 드레스가 아니라 거의 예술품이었다.
문득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치솟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정말 망가뜨려야 하나?’
하지만 병상에 누워 돈이 필요한 남편 얼굴이 떠오르자, 청소부는 이를 악물었다. 청소부는 주머니에서 크라프트지 봉투를 꺼냈다.
봉투를 여는 순간, 달콤한 아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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