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명단 확인
“한민정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신해정이에요.”
한민정은 신해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센트마틴을 졸업한 수재, 전공 실력도 탄탄했다.
다만 이력서 한가운데 2년에 걸친 공백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에게 2년의 경력 단절은 거의 치명적이었다.
신해정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그녀는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패션 디자인 대회 얘기를 꺼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다음 분기 쇼에 바로 설 수 있다고 들었어요.”
한민정은 그 말을 듣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 대회를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스튜디오는 이제 막 자리를 잡는 중이었고, 기반도 아직 탄탄하지 않았다.
확보할 수 있는 참가 명단은 단 하나.
누구를 보낼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녀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눈빛은 맑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잠시 생각한 뒤, 한민정이 입을 열었다.
“명단은 하나뿐이고, 경쟁도 치열해. 그래도 최대한 밀어볼게.”
신해정의 눈에 빛이 번졌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사무실을 나선 신해정은 넓고 환한 사무 공간으로 들어갔다.
동료들은 새로 온 그녀를 향해 자연스럽게 미소를 건넸다.
그중 번 머리를 한 젊은 여자가 특히 반갑게 다가왔다.
“혹시 신해정 선배님 맞으세요? 저는 에이미예요. 저도 센트마틴 나왔어요. 선배님보다 두 기수 아래예요!”
신해정은 잠시 놀랐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에이미 씨.”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인연 덕분에, 처음 출근하며 느꼈던 긴장감이 한결 옅어졌다.
에이미는 유난히 살갑게 그녀를 챙겼다.
환경을 소개하고, 동료들을 하나하나 알려 주는 모습은 작은 태양 같았다.
하루는 그렇게 기분 좋고 바쁘게 흘러갔다.
퇴근 시간이 되자 신해정은 건물을 나섰고, 길가에 서 있는 검은색 세단을 단번에 알아봤다.
배정빈은 차 문에 기대 서 있었다. 곧은 체형 위로 노을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정말로 와 있었다.
신해정의 가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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