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사직서
한민정은 신해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설득했다.
“해정아,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알잖아. 개인 자격으로 나가면 돼. 이제 회사 제약도 안 받아.”
신해정은 정신을 차렸지만 손끝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시선은 다시 책상 위의 사직서로 돌아갔고, 말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고마워요, 한민정 대표님. 그래도 저는 사직하려고요.”
박준혁의 눈앞에서 매일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왜?”
한민정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기회가 코앞인데, 왜 굳이 나가려는 거야?”
“박씨 가문 계열사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신해정의 말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그제야 한민정은 전부 이해했다. 이건 자존심이었고, 동시에 풀리지 않은 매듭이었다.
한민정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신해정의 이력서로 옮겼다.
“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결혼 여부에... 기혼이라고 돼 있던데?”
신해정은 잠시 멈칫했다. 이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정아, 내가 너보다 몇 살 많아서 하는 말인데 듣기 좀 불편할 수도 있어. 그래도 다 현실적인 얘기야.”
한민정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재능 있고, 자존심 센 거 알아. 하지만 사람은 결국 살아야 하잖아. 결혼했으면 나중에 아이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그런데 돈 안 드는 게 어디 있어? 세나 스튜디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봉이나 성장 환경은 업계에서도 손에 꼽혀. 감정 하나로 나가 버리면, 지금이랑 같은 조건 다시 찾기 정말 힘들어.”
돈 문제라면 신해정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문득 배정빈과의 결혼이 떠올랐다.
비록 시작은 계약이었지만,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 스튜디오는 분명 좋은 발판이었다.
한민정의 말은 분노로 흐릿해졌던 신해정의 머리를 서서히 식혀 주었다.
박준혁 같은 사람 때문에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웠다.
그녀는 남아서 그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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