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배준혁의 약혼자
신해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배정빈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만 보며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는 한 걸음 다가왔다. 몸을 조금 숙여 시선을 맞춘 뒤 또렷하게 한 마디씩 말했다.
“해정 씨만 본인 남편 이름이 뭐인지 알고 있으면 돼요.”
신해정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서 있는 사이, 간호사 한 명이 급히 다가왔다.
“김혜자 님 보호자분들 맞으세요? 전지환 교수님께서 잠시 사무실로 와 달라고 하십니다.”
신해정의 심장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갈게요.”
배정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끊임없이 전해졌다.
전지환의 사무실 안은 공기가 무거웠다.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고 검사 결과지를 앞으로 밀어 놓았다. 표정은 엄숙했다.
“환자분께서는 급성 심근경색이 재발한 상태입니다. 이송은 비교적 빨랐지만, 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가족분들께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신해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돼. 이번 생에서는 절대로 할머니를 그렇게 보내지 않을 거야.’
목소리가 떨렸다.
“선생님, 제발요. 어떻게든 할머니를 살려 주세요. 어떤 치료든, 비용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요.”
배정빈은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 반쯤 품에 넣었다.
그리고 의사를 바라봤다.
“저희가 치료에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가장 좋은 약과,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부탁드립니다.”
전지환은 짧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섰을 때도, 신해정의 다리는 여전히 힘이 풀린 상태였다.
배정빈이 곁에서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이 떠난 뒤, 사무실 문은 바로 닫히지 않았다.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방금 그 사람, 박준혁 교수 전 약혼자 아니야?”
젊은 인턴이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신씨 가문 쪽 아가씨라던데 실제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