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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원수를 은인으로 삼은 멍청이

신해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 결국 휴대폰을 꺼내 한 장의 사진을 열었다. “선생님,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윤재일은 원래라면 ‘할 말 있으면 빨리해요. 나 잠 좀 자야 해요.’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 말은 그대로 삼켜졌다. 갈등과 불안이 뒤섞인 눈이었다. 그는 짜증 섞인 듯 머리를 한 번 긁적였다. “말해요.” “이 약 처방 좀 봐 주세요.” 신해정은 휴대폰을 그에게 내밀었다. 화면에는 선명하게 찍힌 처방전 사진이 떠 있었다. 그녀는 한때 이것이 박준혁이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라고 믿었다. 윤재일은 대수롭지 않게 휴대폰을 받아 들고 힐끗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에서 나른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친.” 그는 거의 휴대폰을 부술 뻔했다. ‘이게 다 뭐야?’ 기본적인 심박 유지 약 몇 가지에 고용량 비타민과 영양제. 건강한 사람이 먹으면 비싼 건강 보조제 세트쯤 되겠지만, 심장이 이미 심각하게 망가진 환자에게 이걸 먹인다는 건... 살인이나 다름없었다. 이 처방의 유일한 목적은 하나였다. 약으로 상태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처방을 낸 의사가 감히 사람 목숨을 이렇게 가볍게 다루다니. 윤재일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릴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고개를 번쩍 들고 신해정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거 어디서 나온 처방이에요? 이 정도면 삼류 병원 의사도 아니고, 막 졸업한 인턴도 이런 건 안 써요. 이건 치료가 아니라, 최대한 티 안 나게 환자를 죽이는 짓입니다.” 신해정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 휴대폰을 다시 받아 쥐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역시 그랬다.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윤재일의 분노 섞인 말에 산산이 부서졌다. 전생에서 그녀는 이 ‘연명 처방’에 속아 박준혁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그저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녀는 할머니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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