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런데도 이상했다.
‘왜 정빈 씨 품은 이렇게까지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기대고 싶어지는 걸까? 왜 정빈 씨 곁에만 있으면 마음이 이렇게나 편안해지는 거지?’
특히 병원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던 그 순간, 그는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나 그녀를 깊은 심연에서 끌어 올려 주었다.
그때만큼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항구를 찾은 기분이었다.
배정빈의 눈에 담긴 단단한 결의를 바라보던 신해정은 마치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녀의 허락을 받은 순간 배정빈의 눈가에 순식간에 웃음이 번졌다.
그는 품 안의 그녀를 애틋하게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다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금 해정 씨 마음속에 내가 없어도 괜찮아. 해정 씨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언젠가 당당하게 세상 앞에서 해정 씨를 내 아내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그 외의 모든 건 천천히 해도 돼.’
그 순간, 박준혁이 신해정에게 유채은을 위해 골수 기증을 강요하려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배정빈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신해정이 유채은의 골수 적합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정빈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박준혁이 다시 한번 신해정에게 손을 뻗는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반드시 톡톡히 치르게 만들겠다고.
신해정은 그의 품에 기대어 규칙적이고 평온하게 뛰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박준혁 같은 집요하고 광기 어린 사람이 이 일로 순순히 물러날 리 없을 텐데...’
신해정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
다음 날.
박준혁은 김혜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해정이 이미 결혼했다는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그것도 나를 자극하기 위해 급히 꾸며낸 거겠지.’
그는 김혜자의 약점만 틀어쥐고 있으면 신해정이 다시 고분고분하리라고 확신했다.
박준혁은 정중하게 정장 깃을 매만졌다.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온화하고 단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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