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위기를 기회로
주혜진의 소속사는 전화벨 소리로 뒤엉켜 있었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고 모두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한 초조함이 서렸다.
사무실 공기에는 폭풍 전야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홍보팀! 입장문 준비는 어디까지 됐어요!”
“법무팀! 내용증명은 언제 발송 가능합니까!”
전수진은 사무실 한가운데에 서서 목이 쉬어 갈라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지휘봉을 쥔 장군처럼, 한순간도 멈출 틈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불이 붙어버린 도화선 같았다.
손끝만 스쳐도 당장 터져 버릴 듯했다.
그때 전수진의 비서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순간, 전수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쉰 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꾹 눌러 삼키고 빠른 걸음으로 출입문 쪽을 향했다.
...
배정빈과 진태오는 전수진의 안내를 받아 어질러진 사무 공간을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응접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복도 모퉁이에서 한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한민정이 홀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였고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이 소란스러운 공간을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기색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는 고개를 드는 순간, 앞에서 다가오는 배정빈과 마주쳤다.
한민정은 그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얼굴과 숨 막힐 만큼 압도적인 분위기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 서 있는 진태오를 알아보는 순간, 모든 것이 연결됐다.
배현 그룹 대표의 수행비서인 진태오가 곁에 있다는 건, 이 남자가 바로 배현 그룹의 ‘베일에 싸인 실권자’라는 뜻이었다.
‘근데 왜 여기에 계시지?’
배정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짧게 스쳐 지나갔다.
깊고 차분한 눈빛... 그 안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신해정의 전 상사이자, 스튜디오의 이익을 위해 유채은과 손을 잡고 신해정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여자... 배정빈에게 한민정은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와 이곳에서 마주친다는 것 자체가 우연일 리 없었다.
배정빈은 아무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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