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정빈 씨도 여기 있는 건가?
한민정은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들어 신해정을 올려다봤다.
몰골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득,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신해정에게 기회를 준 사람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 덕분에 주부로 살아가던 신해정은 다시 디자인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달아 위기에 빠진 세나 스튜디오와 함께 한민정에게 남은 선택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남은 건 마지막 한 번의 도박뿐이었다.
“해정아.”
한민정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그 끝에는 애원에 가까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예전 일은... 말하지 말자. 내가... 부탁할게. 주혜진 배우님 건, 그거 세나로 넘겨주면 안 될까?”
신해정에게는 이미 에발이 있고 배현 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있었다.
게다가 완벽한 남편까지 있다.
‘모든 걸 잃기 직전인 나에게 조금의 자원쯤 나눠주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일까?’
그리고 이어질 뻔했던 말, 배정빈의 ‘진짜 정체’에 대해 한민정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감히 그것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지금 그늘 속에 숨어 있는 배정빈이, 자신을 개미를 으스러뜨리듯 가볍게 찢어버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해정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고 실망만이 가득했다.
한민정은 지금까지도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고 요구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악연이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주혜진 배우님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까지 상처를 남겨야 한단 말이야!’
“이 일,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요.”
신해정의 그 한마디는 무거운 망치처럼 한민정의 마지막 희망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 했다.
모든 게 들통난 이상, 변명도 애원도 더는 무의미 했다.
이건 패배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패배였다.
신해정은 넋이 나간 채 무너져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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