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바닥에서는 소은지의 절망적인 울음, 옷감이 찢어지는 소리, 남자들의 상스러운 웃음이 뒤엉켜 무딘 칼처럼 박현우의 신경을 수없이 베어댔다.
의도적으로 봉인해 두었던 장면들이 통제 불능으로 박현우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좁은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소은지의 뒷모습, 고개를 들어 박현우를 바라보며 눈에 사랑을 가득 담고 조심스럽게 피곤하냐고 묻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쳤다.
박현우는 눈을 질끈 감으며 지난 3년간 스스로 만들어낸 가짜 온기를 몰아내려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건 다 연기일 뿐이라고 계속 되뇌었다.
박현우는 한 번도 소은지를 사랑한 적이 없었고 이 모든 건 진작 끝났어야 했다.
주나연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주나연을 위해 정의를 되찾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소은지라는 존재는 박현우를 흔들 자격조차 없었다.
그런데 왜 칼로 살점을 통째로 도려낸 것처럼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박현우는 주먹을 더 꽉 쥐었고 관절이 창백하게 드러나 우두둑 소리를 냈다.
이성을 짓누르는 뜨거운 충동이 박현우의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박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려 그 혼란한 장면을 바라봤다.
순간, 박현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이성도 완전히 무너졌다.
“젠장, 다 꺼져! 꺼지라고!”
박현우의 감정이 고함이 되어 입 밖으로 새어 나갔다.
그 목소리에는 박현우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네 명의 남자들은 갑작스러운 고함에 깜짝 놀라 얼어붙었고 움직임도 뚝 멈췄다.
끼이익!
바로 그때,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폐허 같은 건물의 정적을 갈랐다.
박현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상대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묵직한 옆차기가 박현우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엄청난 힘에 박현우는 그대로 날아가며 뒤통수가 노출된 콘크리트 기둥 모서리에 사정없이 부딪혔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시야가 암전되며 박현우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 변수를 본 네 남자는 혼비백산해 소은지를 놓아주고 허둥지둥 일어나 새로 나타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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