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이건 뻔한 거 아니야? 게다가 이 남성체는 한 달 전 곤충 독에 중독된 거야. 당시 백호 연맹의 다른 여성체들도 진정시키지 못해서 계속 중매소에 갇혀 있었어.]
[너희 백호 연맹에 나지연이라는 SS 급 여성체가 있지 않았어?]
[그 여성체는 남성체를 진정시키러 가지 않았어? 별방에서 다들 나지연이 육성주의 보호자가 되지 못해 안타까워하던데.]
[우리 지연이 갔었어! 하지만 그때 지연은 아직 S 급을 넘지 못한 상태였고 S 급 중에서도 최고였어. 게다가 지연은 이미 다른 남성체들을 진정시키느라 기력 레벨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거든.]
[쯧쯧, 못 진정시켰으면 못 시킨 거지. 핑계 대지 마.]
[입 닥쳐! 난 사실을 말한 거야. 게다가 임민혁은 진급 직전의 남성체였어. 지연이가 진정시키지 못한 게 그렇게 이상해?]
[쯧쯧, 기력 레벨 F 급 순수 인간은 성공했는데 말이지.]
[다들 싸우지 마. 이건 순수 인간이 기력 레벨을 각성하면 엄청나게 강력해진다는 걸 증명하는 거 아냐?]
[생각해 봐, F 급 하나로 SS 급을 진정시켰어. 만약 S 급이나 SS 급 기력 레벨을 가진다면 얼마나 더 강력해질까!]
이 말이 나오자 화면 앞의 모든 사람이 침묵에 빠졌다.
막 차에서 내린 육성주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윤초원이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그녀에는 아직 더 큰 잠재력이 있었다.
윤초원이 있다면 백호 연맹은 다른 연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괜찮으세요?”
임민혁은 윤초원의 새하얗게 변한 얼굴을 보고 눈에 띄게 긴장했다.
“안 죽어요.”
마지막 검은 기운, 즉 곤충 독이 흡수된 후에야 윤초원은 임민혁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얼굴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괜찮아? 기력 레벨이 고갈된 건가?”
진우빈은 다급하게 다가와 비틀거리는 윤초원을 부축했다.
윤초원은 정말 힘이 다 빠져서 진우빈에게 기대었다.
“남성체 진정시키는 일이 쉽지 않네. 먹을 것 가져왔어?”
“아니...”
진우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중매소에 영양제 있을 거야. 일단 그것으로 체력과 기력 레벨 보충하고 내가 곧장 식당으로 데려다줄게.”
“그래. 목숨이 먼저지.”
윤초원은 미소를 지으며 진우빈이 자기 허리를 감싸안는 것을 허락했다.
댓글이 다시 활발해졌다.
[아가씨, 약속대로 제일 비싼 우주선 선물할게요!]
화려한 특수 효과가 칩 화면을 가로질렀다. 일부는 이 사람의 부유함에 감탄했고 일부는 윤초원의 상태를 걱정했다.
[이 여성체 얼굴색이 너무 하얗네. 기력 레벨이 심하게 고갈된 모양이야. 그럼 F 급 기력 레벨 순수 인간 여성체의 진정 한계는 SS 급인가?]
채팅이 다시 활발해졌지만 윤초원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괜찮아?”
육성주가 들어왔을 때 진우빈은 윤초원을 안고 몇 걸음 걷는 중이었다.
“영양제 가져왔어. 이거 먼저 먹게 하고 밖으로 데려가서 식사시켜.”
육성주는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고마워.”
윤초원은 손을 뻗어 영양제를 받아 바로 마셨다.
맛은 별로였다. 오이 주스와 쓴맛 나는 호박 주스를 섞은 듯한 느낌이었다.
영양제를 마신 후, 윤초원은 육성주 뒤에 두 여성체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맙소사, 윤초원 아가씨, 얼굴색이 왜 이렇게 창백하세요? 괜찮으세요?”
곱슬머리 여성체가 한 걸음 다가와 윤초원을 바라보며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와, 우리 지연이도 왔어! 분명 라이브 보고 윤초원 아가씨가 걱정됐나 봐. 우리 지연이는 정말 천사야!]
[와! 지연이는 정말 인형 같아, 너무 귀여워!]
[하, 안 오다가 사람 다 진정시키고 나서 오네.]
윤초원은 채팅을 흘끗 보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나지연을 살펴보았다.
앞에 선 사람의 곱슬머리는 자연스러운 웨이브 같았고 머리에는 귀여운 머리핀 두 개가 꽂혀 있었다. 옷도 아기자기한 스타일이었다.
나지연이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 같은 스타일일 줄은 몰랐다.
“괜찮아요. 기력 레벨이 조금 고갈됐을 뿐이에요.”
윤초원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나지연 여성체가 마침 왔으니 나지연 여성체와 다른 두 여성체가 호랑이 수인 두 명을 진정시켜 주세요.”
육성주는 들어온 후로 계속 얼굴을 굳히고 있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여성체들에게 말할 때만 조금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다.
“초원아, 너는 진우빈이랑 먼저 쉬러 가.”
육성주는 윤초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윤초원은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연기에 협조하며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성주야.”
진우빈이 윤초원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을 확인한 후, 육성주는 완전히 얼굴을 굳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폭주한 남성체들에게 항상 적정량의 진정제와 억제제를 투여하고 있지 않았나요? 임민혁이 어떻게 갑자기 진급할 수 있는 거죠?”
육성주의 시선이 소장에게 고정되었고 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워 주변 사람들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성주 씨, 소장님을 탓하지 마요. 나씨 가문 제때 오지 못한 탓이에요. 그러지 않았으면 윤초원 아가씨도 기력 레벨을 그렇게 소모하지 않았을 텐데.”
나지연은 육성주의 손목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들은 이미 힘든 일을 겪었어요. 더 이상 기력 레벨로 압박하지 마요.”
“나지연 씨, 자중하세요.”
육성주는 나지연의 손을 뿌리쳤다.
“오늘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일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면 당신은 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겁니다.”
육성주는 소장을 노려보며 말한 후, 임민혁을 바라보았다.
“넌 4층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육성관으로 와.”
육성주는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떴다.
도심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우빈과 윤초원은 식사하고 있었다.
“진우빈, 육성주랑 나지연은 무슨 사이야?”
윤초원은 잠시 쉬고 나니 괜찮아졌다.
비록 시스템이 정화 포인트가 2000에 도달해 정화의 심장이 업그레이드되었으며 레벨 업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지만 진우빈이 곁에 있어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예전에 곤충족이 성을 공격했을 때 육성주가 나지연을 구해줬어. 그 후로 나지연은 자꾸 육성주를 찾아다녔고 결국 육성주에게 자신의 보호자가 되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지.”
진우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난 둘이 소꿉친구 같은 사이인 줄 알았어.”
윤초원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럴 리가 없지. 나씨 가문은 백호 연맹의 큰 가문이고 육성주는 완전히 실력만으로 평민에서 총사령관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야.”
진우빈은 손을 저으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초원아, 네가 오늘 라이브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 지금 별방 사람들이 다들 널 존경하기 시작했고 순수 인간 여성체의 실력을 얕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
진우빈은 히죽 웃으며 엉덩이를 움직여 윤초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 육성주가 윤초원을 초원이라고 부르자 진우빈도 따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윤초원은 별로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진우빈은 햇살 가득한 청년 같았지만 육성주가 그렇게 부를 때는 일부러 나지연을 자극하려는 것 같았다.
‘아마 나지연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을까?’
진우빈은 자신의 칩 화면을 열어 핫이슈와 댓글들을 윤초원에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누군가 라이브 영상을 녹화해서 별방에 올렸더니 완전 난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