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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알겠어.” 저택 안으로 들어간 후, 육성주는 윤초원을 위해 준비한 방으로 안내했다. “윤초원 아가씨, 이 방 마음에 드시나요? 싫으시다면 다시 꾸미도록 하겠습니다.” 육성주는 무심코 귀 가닥에 걸친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윤초원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2층에 위치한 이 방은 아마도 2층의 메인 침실인 듯했다. 공간도 넓었고 위치도 훌륭했다. 창밖으로는 진우빈이 말한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이미 분홍색과 흰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물론 방의 인테리어도 괜찮지만 약간 분홍색이 너무 많지 않나?’ 분홍색 이불, 분홍색 커튼, 분홍색 슬리퍼, 분홍색 옷, 분홍색 의자 쿠션... 모든 것이 분홍색이었다. 다행히 책상과 옷장은 분홍색이 아니었다. 윤초원은 눈을 깜빡이며 말을 삼키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마음에 들어요.” “성주야, 내 방 준비해 줬어? 나도 윤초원 아가씨 보호자인데 당연히 같이 살면서 돌봐야지.” 진우빈은 어디 갔다가 이제야 문으로 얼굴을 내밀며 물었다. “아, 뒷산 야생화가 예쁘게 피었더라고. 다른 여성체들도 꽃을 좋아하던데 아가씨도 좋아할 것 같아서.” 진우빈은 발걸음을 옮기며 얼굴을 붉히고는 방금 따온 알록달록한 야생화 다발을 윤초원에게 건넸다. 윤초원은 잠깐 놀랐다가 진우빈이 건네준 꽃다발을 받아 살짝 향기를 맡았다.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이번 미소는 진심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이성에게 꽃을 받아보는 게 이런 상황일 줄이야.’ 꽃들은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이었다. 분홍색, 파란색, 하늘색, 노란색, 흰색... 윤초원은 다시 꽃향기를 맡았다. 산뜻하고 은은한 꽃향기였다. 다양한 꽃들이었지만 모두 향이 담백해서 더욱 기분 좋게 느껴졌다. “히히,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진우빈은 부끄러운 듯 귀를 긁적이며 꼬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저택에 방 많으니까 네가 지낼 방 골라서 치우면 돼.” 육성주는 눈을 감았다 뜨며 눈썹을 확 떨었다. 윤초원이 꽃다발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과 진우빈의 꼬리 흔드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왜 꽃을 따오지 않았나 후회가 밀려왔다. ‘알았으면 뒷산에 가서 꽃을 따다 방에 꽂아놓을 걸 그랬네.’ “됐어, 네가 지낼 방 치우고 있어. 내가 윤초원 아가씨한테 저택 구경 시켜줄게.” 육성주는 등 뒤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했지만 여전히 얼굴엔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알겠어.” 진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윤초원 아가씨 옆방에 머물게.” “그건 내 방이야.” 육성주의 목소리가 살짝 차가워졌다. “네 방은 아래층이지 않았어?” 진우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육성주가 가끔 이 저택에 머물 때면 항상 아래층 메인 침실을 썼던 걸로 기억했다. “이제 위층에 살아.” 육성주는 진우빈을 향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지만 이미 감정을 숨기기 힘든 상태였다. “아, 그럼 네 옆방에 머물게. 가까이 있어야 윤초원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찾을 수 있잖아. 네가 바쁘니까.” 진우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을 치우러 갔다. 하지만 윤초원은 육성주가 어금니를 악물고 있는 것 같아 입을 열었다. “그럼 육성주 대장님, 저택 구경 시켜주세요.” “윤초원 아가씨, 진우빈처럼 그냥 성주라고 부르셔도 돼요. 아니면 육성주라고 해도 좋고요.” 윤초원이 자신을 대장이라고 부르자 육성주는 그녀가 아직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분명 최대한 부드럽게 행동했는데 말이다. “알겠어, 그러면 부탁할게.” 윤초원이 미소를 지었다. 육성주가 윤초원을 데리고 저택 구경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진우빈은 이미 방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진우빈은 어디서 꽃병을 구해왔는지 부엌에서 물을 받아 윤초원 방으로 가져가려는 참이었다. “뭐 하는 거야?” 육성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 꽃을 그냥 두면 내일쯤 시들 거야. 그래서 꽃병에 물을 담아 꽂아두면 며칠 더 볼 수 있잖아.” 진우빈은 자연스럽게 윤초원이 내려가기 전 테이블에 놓았던 꽃다발을 꽃병에 꽂으며 윤초원에게 예쁘냐고 히죽 웃으며 물었다. 가끔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진우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친구가 말한 대로 정말 여성체들을 기쁘게 해주는 방법이 맞았구나. 아가씨는 지금 매우 기뻐 보이니까.’ 그리고 윤초원이 즐거워하는 이유는 총사령관이 속으로 화를 참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였다. 그녀는 몰래 진우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육성주는 윤초원의 이 행동을 보고 미소를 짓던 얼굴이 섭섭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계단을 내려갔다. “쟤 왜 저러지?” 진우빈은 눈을 깜빡였다. ‘방금 육성주의 표정이 섭섭해 보였는데? 환각인가?’ “몰라.” 윤초원은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알아도 말 안 해줄 거야.’ “너 별방 핫이슈에 올라왔어!” 윤초원이 계단을 내려가자 진우빈도 바로 따라 내려왔다. “내가? 별방 핫이슈에?” 윤초원이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응, 이것 봐. 핫이슈야.” 진우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칩 화면을 열었다. 이전까지 진우빈은 칩 설정을 자신만 볼 수 있게 해두었지만 윤초원의 보호자가 된 후로는 윤초원도 볼 수 있게 변경했다. 윤초원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백호 연맹 총사령관 육성주, SS 급 기력 레벨 소유자, 순수 인간 여성체의 보호자 됨! #윤초원, 우주 최초 기력 레벨 가진 순수 인간? #순수 인간, 기력 레벨 F 급! #순수 인간도 남성체 진정 가능! #F급 기력 레벨이 S 급 남성체를 진정시켰다! 윤초원과 진우빈은 어깨를 맞대고 칩 화면의 내용을 읽었다. 핫이슈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며 윤초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부분의 댓글이 의심과 비난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의심하는 태도로 백호 연맹이 연맹 위상을 높이려고 순수 인간에게 기력 레벨이 있다고 거짓말한다고 비난했다. 일부는 아마 육성주의 팬들인지 F 급 기력 레벨의 순수 인간에게 육성주가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분노했다. 물론 육성주의 적대 세력도 있었는데 그들은 육성주를 바보라고 비난했다. 자신과 관련된 마지막 핫이슈를 읽고 나서야 윤초원은 진우빈을 바라보았다. “내 정보가 이렇게 빨리 유출됐어?” “우주 연맹 수인들의 정보는 공유돼. 물론 이 정보를 볼 수 있는 권한은 고위층에게만 있으니 아마 다른 연맹 고위층이 유출한 거겠지.” 진우빈은 덧붙였다. “사실 순수 인간 여성체가 기력 레벨을 가진 건 원래 놀라운 일이야. 게다가 아가씨는 나 같은 S 급 남성체도 진정시킬 수 있으니 핫이슈에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지. 지금은 아가씨가 남성체를 진정시키는 걸 직접 보지 못해서 의심하는 거고. 좀 쉬고 우리가 남성체 진정시키는 영상을 찍어 별방에 올리면 되지. 그러면 아가씨 실력을 본 사람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거야. 나를 진정시킬 수 있으니 같은 S 급의 폭주한 남성체를 찾아 진정시켜 보이면 되잖아.” 진우빈은 칩 화면을 닫으며 윤초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아가씨를 의심한 사람들과 아가씨 원래 연맹이 후회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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