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응, 중매소는 폭주 상태에서 제때 진정되지 않았거나 일시적으로 진정이 불가능한 남성체들을 수용하는 전문 시설이야.”
“그럼 중매소에 수용된 폭주 남성체들은 어떤 등급이야?”
윤초원은 다시 물었다.
“S 급, A 급, B 급까지 다 있어. 심지어 S 급을 넘어 SS 급으로 진입하려는 남성체도 있지.”
앞쪽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진우빈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도심에서는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지만 다른 행성이나 연맹으로 갈 때는 우주 비행선을 타야 했다.
“육성주가 유일한 SS 급이라고 하지 않았어?”
윤초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맞아. 중매소에는 현재 S 급 기력 레벨이지만 이미 진입 직전인 남성체들이 몇 명 있어. 성주는 SS 급이지만 곧 SS 급을 넘어 SSS 급이 될 예정이어서 유일하다고 하는 거지.”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진우빈은 액셀을 밟으며 계속 설명했다.
“아, 알겠다. 즉, 겉보기엔 여전히 S, SS 급이지만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진급한다는 거네? 중매소의 그 S 급 남성체들도 폭주 과정에서 이미 진급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수용 중이라 확인할 수 없는 거고?”
윤초원은 자신의 이해를 말로 풀어냈다.
“정확해. 그래서 아가씨가 그들을 진정시키려면 A 급이나 막 A 급에서 S 급이 된 남성체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을 거야.”
진우빈은 핸들을 돌리며 코너를 돌았다.
“진우빈, 궁금한 게 있어.”
윤초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별방 댓글을 보니 백호 연맹 사람들이 나지연이라는 SS 급 기력 레벨을 가진 여성체가 있다던데 그분은 진정시키러 가지 않아?”
윤초원은 생각했다.
‘원칙적으로 S 급 남성체라면 나지연이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을 텐데 왜 중매소에 계속 갇혀 있는 걸까?’
별방 댓글 대부분이 이 나지연이라는 여성체를 안타까워하는 내용이어서 윤초원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갔어. S 급 이상의 여성체들은 모두 가봤지. 하지만 곤충 독에 중독된 남성체가 너무 많아서 그 몇 명의 여성체로는 한 번에 다 진정시킬 수 없어. 게다가 여성체가 남성체를 진정시키고 나면 기력 레벨이 고갈되어 한동안 쉬어야 해. 그래서 이렇게 많은 폭주 남성체가 남아있는 거지. A 급 이하 여성체들은 자신의 짝이나 보호자만 진정시키면 돼.”
진우빈은 차를 세우고 안전벨트를 풀지 않은 채 진지하게 윤초원의 질문에 답했다.
“아, 그렇구나.”
윤초원은 차가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하고 옆 건물을 살펴보았다.
“그래서 내가 좀 더 쉬라고 말한 거야. 어제 나를 진정시키느라 기력 레벨을 많이 소모했을 테니까.”
진우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초원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저 남성체들을 진정시키러 갈 거야?”
“응, 갈 거야. 이미 게시물도 올렸고 여기까지 왔는데.”
윤초원은 가볍게 말하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알겠어. 그럼 지금 라이브를 시작할까?”
진우빈은 다시 물었다.
“응, 시작해.”
윤초원은 문고리를 잡던 손을 멈추었다.
“아, 라이브를 깜빡했네. 나오자마자 시작해야 했는데.”
윤초원은 제스처를 취하자 칩 화면이 눈앞에 나타났다. 몇 번 터치하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고 제1인칭 시점이었다.
윤초원은 첨단 기술의 편리함에 감탄했다.
칩 화면이 계속 눈앞에 떠 있는 게 거슬려서 윤초원은 특정 제스처를 해야만 화면이 나타나도록 설정했다.
라이브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시청자가 몰려들며 댓글을 쏟아냈다.
[이게 정말 그 기력 레벨 가진 순수 인간 맞아? 진짜 라이브 방송을 하네!]
[10시라고 했는데 왜 몇 분 늦었어? 그리고 왜 카메라를 자기 얼굴에 안 대는 거야? 못생겨서?]
[위에 말에 동의하는 바야.]
[얼굴에 카메라 대면 남성체 진정시키는 모습을 어떻게 봐? 그냥 얼굴만 보이겠네.]
[얼굴 보고 싶으면 백호 연맹 진우빈 소령님 라이브 보세요. 저 순수 인간 예뻐요, 가서 보세요.]
댓글이 계속 올라왔지만 윤초원은 말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이어 그녀는 진우빈과 함께 중매소로 들어섰다.
“윤초원 아가씨, 소령님.”
중매소 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인사했다.
사실 그는 이 순수 인간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육성주의 명령이었고 윤초원이 여성체였기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매일 폭주한 남성체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F 급 기력 레벨의 순수 인간 여성체의 쇼까지 봐줘야 하니 정말 지쳤다.
소장은 F 급 기력 레벨로 S 급 폭주 남성체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진우빈은 멍청하게 굴어도 육성주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총사령관의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네, 바로 데려가 주세요. S 급 폭주 남성체들이 있는 층으로요.”
윤초원은 소장의 냉담함을 눈치채고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정말로요?”
소장은 망설이다가 물었다.
‘이 여성체는 자신의 실력을 모르는 것 같네. F 급 기력 레벨로 S 급 폭주 남성체를 진정시키겠다고?’
이 순간 윤초원과 진우빈의 라이브 채널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댓글이 폭발했다.
[아니, 이 언니 괜찮아? 미친 거 아니야? F 급이 S 급을 진정시킨다고 이렇게 쉽게 말하다니? 나 S 급인데도 그렇게 말 못 하겠어.]
[이 순수 인간은 기력 레벨이 생겨서 아주 기쁜가 봐. 현실을 잊었네.]
[난 말 안 하겠어. 그냥 구경할게.]
[이 여성체 방금 뭐라고? S 급 남성체를 진정시킨다고? 근데 F 급이라며?]
[말 말고 보여줘. 진짜로 진정시키면 제일 비싼 우주선 선물할게!]
“네.”
윤초원은 미소를 지으며 댓글은 무시했다.
소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S 급 폭주 남성체들이 있는 지하 2층으로 안내했다.
중매소는 지상 4층, 지하 2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상 1, 2층에는 B 급과 소량의 A 급이 있고 3, 4층은 병실이었다.
지하에는 더 엄격한 보안 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며 S 급과 A 급 폭주 남성체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일정 기간 수용된 남성체들은 여성체에게 진정된 후 즉시 약물 처치와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윤초원의 이해로는 남성체들이 곤충 독에 중독되어 폭주하면 어떤 중화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었다.
상처가 있어도 이 폭주 상태가 해제되지 않으면 죽지 않았다.
여성체의 진정이란 기력 레벨로 독을 해독해 정상적인 수인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윤초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여러 동물의 포효가 들려왔다. 매우 사나워 보였다.
“소장님, 큰일 났습니다! 37호실의 임민혁 씨가 진입 직전인 것 같아요! 억제제가 효과가 없습니다!”
윤초원이 소장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한 남성체가 허둥지둥 뛰어오며 매우 다급한 표정으로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