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섬에서 약 반년간 요양한 후, 나는 몸과 정신이 많이 회복되었다.
주시원은 항상 같은 바다만 바라보면 우울해지기 쉽다며 나를 유럽으로 보내 오랜 명성을 떨친 현대 미술전에 참여하게 했다.
혼자 전시장을 거니는 내 주변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예술 애호가들이 각기 다른 언어를 쓰며 벽에 걸린 작품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 향료와 물감 냄새가 은은히 배어있었다. 햇살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바닥을 밝게 비췄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 속에 녹아드는 자유에 과거 감금되었던 날들을 잊을 것 같았다.
미술관을 나와 차를 타려는 순간 갑작스러운 변고가 일어났다.
급발진한 트럭이 기묘한 각도로 인도를 들이받으며 정확하게 내 옆의 방어벽을 강타했다. 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와 금속이 뒤틀리는 소리가 오후의 고요를 분위기를 찢어 놓았다.
동시에 앞뒤로 검은색 세단 두 대가 내 차 앞에 와 모든 진로를 막았다.
그 순간 마음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듯했다.
이건 사고가 아니었다.
익숙한 이 느낌, 하늘에서부터 그물을 치는 듯한 포위는 뒤늦게 찾아온 악몽처럼 순식간에 과거의 어느 한순간으로 끌고 갔다. 차가운 공포가 발끝부터 치솟아 온몸으로 빠르게 퍼졌다. 온몸의 피가 조금씩 굳어가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다.
차 문이 난폭하게 열리더니 검은 정장을 입은 무표정한 남자 몇 명이 다가왔다.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눈빛은 나라는 사람마저도 물건 취급하는 듯했다.
“온유진 씨, 대표님이 뵙고 싶다고 합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말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행동은 반드시 가야 한다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나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들을 바라봤다.
이미 모든 걸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자 뼈에 사무친 그 기억들이 또다시 쉽게 나를 무너뜨렸다.
그 사람이 내 팔목을 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탕하는 둔탁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차체에 총알이 박히며 굉음과 함께 모든 사람이 행동을 멈췄다.
회색 세단이 언제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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