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개자식, 남의 속도 모르고!’
검은색 벤틀리가 넓은 도로를 유유히 달렸고, 권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
조용한 차 안에서 분위기는 적막하고 으스스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호열이 불쑥 말을 꺼냈다.
“부르는 건 쉬운 데 보내는 건 힘들다며.”
권예진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랬었죠. 근데 왜요?”
공호열이 얇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눈동자는 교활하고 능글맞았으며, 장난기가 섞인 중저음 목소리가 천천히 고막을 파고들었다.
“이제 내가 왔는데 날 어떻게 보낼 생각이야?”
권예진은 옆자리에 앉아 남자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
“호열 씨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권예진은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은 채 부드럽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얌전히 애완동물처럼 지내는 게 호열 씨가 가장 바라는 모습이겠죠.”
공호열이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어느 집 애완동물이 제 발로 구치소에 들어가지?”
권예진은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악력이 너무 커서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스러운 감각이 턱에서 밀려왔다.
예쁜 얼굴에 미소가 담겼지만 눈빛만은 싸늘하게 굳어진 채 권예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아시스는 세계 최고급 저택인데 그곳 애완동물은 당연히 남달라야죠.”
공호열은 그녀의 교묘한 논리에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아무 말 없이 손을 놓았다.
...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중서의학 회담은 의학계 최고의 학술대회이자 해경의 큰 행사로, 세계 최고의 의학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첨단 연구 결과와 임상시험 결과 등을 발표한다.
권예진은 파란 셔츠에 검은색 정장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채 흰 피부를 자랑하고 있었다. 반듯하게 서 있는 그녀는 행동 하나하나에 우아함과 지성미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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