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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윤아, 무슨 일이야?” 공호열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김다윤을 끌어안고 겉옷을 벗어 어깨에 걸쳐주고는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 그는 김다윤과 유포리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김다윤을 먼저 보낸 후 그는 박지석 일행의 룸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호열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민욱아, 얼른 정리해. 오늘 일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돼.” “알겠습니다.” 정민욱은 망설임 없이 명령을 받들었다. 김다윤은 공호열의 품에 안긴 채 권예진을 보면서 도발 섞인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다시 가여운 척했다. “언니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사랑하지 않는 남자랑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다면서 우리를 응원해주겠다고 했어요. 근데... 날 망치려고 사진을 찍고 협박까지 하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공호열의 깊은 눈동자가 더 어두워졌다. 권예진은 김다윤의 연기에 멍하니 넋을 놓았다. ‘딴 남자랑 놀아난 건 너면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 그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알아챈 권예진은 당혹감과 긴장감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했다. “호열 씨, 오해예요. 못 믿겠으면 조사해봐도 돼요. 난 단지...” “입 다물어.” 공호열이 호통치면서 권예진의 말을 가로챘다. “언니.” 김다윤은 눈물까지 쏟으며 가여운 척했다. “내가 언니를 얼마나 믿는데. 엄마 아빠한테 부탁해서 언니를 공씨 가문에 데려갔고 또 잔뜩 기대하면서 언니를 만나러 왔단 말이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그러고는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공호열을 쳐다보았다. “호열 씨, 난 그냥 룸에서 언니가 주문해준 과일주 한 잔만 마셨어요. 조사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예요.” “호... 호열 씨, 이... 이 여자가 돈을 주면서 저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그때 성한빈도 권예진을 가리켰다.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두 연놈의 연기력이 배우도 울고 갈 정도야, 아주.’ “죽고 싶어?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공호열은 옷차림이 엉망인 성한빈을 보면서 버럭 화를 내더니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그 바람에 성한빈은 몇 미터나 날아가고 말았다. 걷어찬 다음에는 권예진을 내려다보면서 명령했다. “민욱아, 다윤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정민욱은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의 과일주 두 잔을 가져갔다. 그 순간 권예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공호열은 이미 김다윤이 그때 그 소녀라고 굳게 믿고 아주 끔찍이 아꼈다. 떠도는 소문처럼 그렇게 냉혹하고 무정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다만 그의 따뜻함은 오롯이 김다윤에게 향해 있었다. 김다윤은 권예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부모님과 공호열까지도...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누리면서도 조금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생각에 권예진은 마음이 복잡해졌고 아픔이 밀려왔다. 잠시 후 정민욱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검사 결과 나왔어요.” 검사 결과를 확인하던 공호열의 안색이 서서히 차가워지더니 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행키팽키였는데 환상적인 자극을 주는 칵테일이었다. 그의 표정 변화를 보던 권예진은 모든 걸 알아차렸다. 혼인을 강요한 것도 모자라 모함까지 한 그녀는 공호열에게 있어서 이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여자가 돼버렸다. 상대가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말해봐야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권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호열이 어떻게 할지 기다렸다. 그때 공호열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명령했다. “민욱아, 저 여자를 오아시스로 데려가서 감시해.” “알겠습니다.” “가시죠, 권예진 씨.” 정민욱이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권예진이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던 그때 뒤에서 김다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열 씨, 지금 상황이 이런데도 오아시스에 데려가겠다고요?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혹시라도 호열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걱정하지 마. 이 일 제대로 처리하고 너한테 설명할게. 일단 병원부터 가자.” 공호열은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았다. 김다윤을 번쩍 안아 들고 유포리아를 나갔다. 차 안, 김다윤은 공호열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거렸다. “할아버지 병을 고쳐주면 호열 씨가 언니랑 결혼하겠다고 했는데 왜 이런 추잡한 짓을 했을까요? 설마...” “음?” 공호열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품 안의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할아버지 병을 고칠 자신이 없어서 이러나?” 김다윤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만약 언니의 의술이 부족하다면 할아버지 위험해지는 거잖아요.” “걱정하지 마. 걔가 함부로 하게 내가 가만두지 않아.” 그러고는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이번에 너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건 다 내 책임이야. 민욱이더러 너한테 사람을 붙이라고 해야겠어. 만약...” 공호열이 잠깐 멈칫했다. “만약 언니가 할아버지 병을 고치면 정말로 결혼하겠다는 거죠?” 김다윤이 대신 말했다. “응.” 공호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들이 합의한 조건이었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했다. 김다윤이 급히 말했다. “나한테 중요한 건 공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가 아니라 호열 씨예요. 호열 씨 마음속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 말에 공호열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김다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졌다. 그는 지갑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당분간 널 챙기지 못할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알아서 사.” 블랙카드를 본 순간 김다윤은 눈이 반짝였지만 일부러 거절하는 척했다. “괜찮아요. 돈 있어요...” “받아.” 공호열이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네 건 네 거고 이건 내가 주는 거야.” 그녀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블랙카드를 받고 공호열의 품에 안겼다. “역시 호열 씨밖에 없어요.” 그러다가 문득 권예진의 생각이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 ‘권예진, 절대 네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지 않아. 호열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고 공씨 가문의 안주인 역시 나여야 해.’ ... 그 시각 정민욱은 직접 운전하여 권예진을 오아시스로 데려다주었다. 임길태가 나오자 정민욱이 신신당부했다. “집사님, 사람을 붙여서 잘 감시하세요. 대표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오아시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게 해선 안 돼요.” “알겠습니다.” 임길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예진은 신발을 갈아 신고는 임길태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사님, 제가 급하게 나와서 인사를 못 드렸어요. 폐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임길태가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근데 도련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저혈당이라고 해서 단호박죽 좀 만들었어요. 따뜻할 때 드시고 주무세요.” “고마워요.” 권예진은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임길태와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 깊은 밤 권예진은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벌써 새벽 2시네. 호열 씨는 다윤이랑 있을 테니까 오늘 밤에는 들어오지 않겠지? 그럼 적어도 오늘은 피할 수 있겠어. 그나저나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권예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남자의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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