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착각
“어제 진성이의 스위트룸 빌려서 친구가 잠깐 머물고 있어. 난 필요한 물건 가져다주러 온 거고.”
곽지환의 말을 들은 심가희는 멍하니 굳어있었다.
‘이 스위트룸이 여진성의 방이었어?'
‘그럼 이 여자는...'
그의 설명을 들은 여자는 다시 심가희를 훑어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라고. 너한테 이런 이성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네.”
곽지환은 여자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심가희더러 들어오라고 했다.
“네 앞에 있는 사람은 여진성 누나, 여예원이야.”
‘여진성 누나라고?'
심가희는 멋쩍은 듯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여예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은 청소 도우미 아니죠?”
그녀의 말에 곽지환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아까 네가 오기 전에 날 보더니 청소 도우미라고 하더라고. 아마 날 네 여자친구로 착각한 것 같아. 오해할까 봐 그런 거지.”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심가희에게 향했다. 너무도 민망했던 심가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발끝만 바라보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기어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예원은 창가로 다가가 소파에 널브러진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주웠다.
“이틀 전에 묵다가 옷을 두고 갔거든. 난 볼일 끝났으니까 가볼게.”
문이 닫히고 곽지환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낮고도 울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내가 여기에 여자라도 숨겨두고 사는 줄 알았어?”
여예원이 잠옷을 두고 갔다고 했으니 심가희가 분명 그 잠옷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에게 묻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이곳에 여자를 숨겨두었다고 혼자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제야 어젯밤 이상하던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그의 숨결이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지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한 걸음만 움직였을 뿐인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게...”
꼬르륵.
이때 그녀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곽지환은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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