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여기서 계속 기다릴게
하윤슬은 강태훈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이가 다른 사람이라면, 어쩌면 강태훈을 믿는 쪽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허수정이었다.
강태훈의 마음 한구석을 굳건히 차지하는 사람이자 강우 그룹에 공을 세워 온 사람.
그런 허수정과 하윤슬을 저울질한다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강태훈이 굳이 이 일에 개입하려는 이유가, 증거를 없애서 허수정을 지키려는 의도는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기밀문서 유출, 회사 배신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쓴다면 앞으로 그 누명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한다.
“미안해.”
하윤슬은 그 세 글자만 남기고 캐리어를 끌고 방을 나섰다.
가장 빠른 광현행 비행기표를 샀고, 탑승구 대기석에 앉고서야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다.
최지석이 보낸 메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해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주하가 네 상황을 대략 말해 줬어.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컴퓨터 해킹 분야도 공부한 적이 있으니까]
지난번 얘기를 나눈 뒤, 최지석이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건 처음이었다.
하윤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지석 오빠, 핸드폰에서 갑자기 사라진 문자 메시지도 복원할 수 있어요?]
최지석은 마치 답장만을 기다리던 사람처럼 바로 답장했다.
[시도해 볼 수 있어. 너 언제 와?]
[오늘 밤늦게 새벽에 광현 공항에 도착해요. 먼저 쉬세요. 내일 시간 되면 제가 찾아갈게요.]
[혼자 와?]
[네.]
[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
최지석은 하윤슬이 거절할까 봐 걱정하듯 한 마디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데이터 복구가 어려워질까 봐.]
하윤슬은 고개를 떨군 채 잠깐 생각에 잠겼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꽤 비겁하게 느껴졌다.
필요할 때만 최지석을 불러내 도움을 요청하고, 최지석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꼴이니까 말이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하루 더 지난다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내일 쉬실 때 제가 찾아갈게요. 제 일 때문에 일정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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