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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허수정의 귀국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잊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하윤슬은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일은 제가 아침 준비할게요.” 아무리 계약 결혼이라지만 강태훈에게 매일 아침 식사까지 챙기게 하는 건 좀 웃기는 일이었다. 그 말에 강태훈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낮게 웃음을 흘렸다. 나른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그는 식탁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요. 오늘 혼인신고까지 마치면 윤슬 씨는 이제 법적으로 내 아내니까.” 너무도 덤덤한 그의 말투에 잠시 머뭇거리던 하윤슬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 “그럼 대표님, 우리... 이 계약 결혼의 기간은 어떻게 정할까요? 그냥 계약서 하나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계약 결혼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관계였다. 그녀도 어느 정도 기한을 정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강태훈이 요구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면 그건 그녀로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강태훈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곧 입을 열었다. “그래요. 비서한테 계약서 초안 만들라고 할게요. 일단 1년으로 하죠.” “좋아요.” 그제야 하윤슬은 안도한 듯 다시 전복죽을 떠먹었다. ‘맛은 있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챙겨 강태훈과 함께 구청으로 향했다. 창구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고 그렇게 그녀는 법적으로 강태훈의 아내가 되었다. “내가 먼저 윤슬 씨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비서한테 말해뒀어요. 오늘 퇴근하고는 곧장 우리 집으로 와요.” 이미 정장을 갖춰 입은 강태훈은 어느새 다시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대표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의 말은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을 담고 있었다. 하윤슬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비서와 함께 자리를 떴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대의 검은색 마이바흐가 조용히 강태훈 곁에 멈춰 섰다. 뒷좌석 창이 천천히 내려가며 장난기 가득한 잘생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시완이였다. “진짜 널 모르겠다. 그렇게 큰 리스크 감수하면서까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고집부리더니 정작 그 여자한텐 고백 한마디 안 하고... 도대체 뭘 바라는 거냐?” 강태훈은 그를 싸늘한 눈빛으로 흘끗 바라보더니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걔, 아직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 “그래서 뭐?” 주시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쳤다. “너 지금 부모님 몰래 결혼한 거잖아! 그 사실 들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도 잘 알잖아! 그런데도 그 여자 때문에 이 짓을 한다고? 그럴 가치가 있긴 해?” 주시완에게 있어 ‘여자’란 그저 맘에 들면 잠깐 즐기고 아니면 그만인 존재일 뿐이었다. 그가 보기에 평범한 여직원 하나를 위해 강태훈이 이토록 무모한 선택을 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만 입 다물면, 그분들도 모를 거야.” “하... 이건 뭐, 눈 가리고 아웅이지!” 주시완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진심 궁금하다. 나중에 그 여자가 끝까지 너한테 아무 감정도 안 생기면 그땐 너 어쩔 건데?” 그 말에 강태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노트북을 열어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오늘은 명실상부한 ‘신혼 첫날밤’이었고 그는 더 이상 ‘샌님’으로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 차가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고 있을 무렵, 주시완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아, 맞다. 다음 주에 수정이 귀국한대. 우리 셋, 모처럼 다 같이 모여야지! 수정이 인스타 봤어? 지금 완전 대박 미녀 됐다니까!” 흥분한 듯 떠들어대는 주시완과는 달리, 강태훈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때 가서 봐.” “야, 수정은 너 도와주려고 일부러 귀국하는 거잖아. 너 진짜 너무 무심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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