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알아서 강태훈이랑 헤어져 줘
하윤슬은 정원 옆 벤치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입을 열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윤슬 씨 능력이나 수완만으로 허 변호사가 윤슬 씨를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세요?”
“저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서요.”
“당연히 윤슬 씨 가족이나 친구들은 믿어주겠죠. 하지만 그 어떤 투자 은행의 인사 담당자도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윤슬 씨가 이런 사유로 해고되는 순간, 윤슬 씨의 결백에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거예요.”
김서원의 말에는 조금의 흠도 없었다.
직장에서 수년 동안 일해오며 그는 온갖 음모와 술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봐왔다.
상사가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일부러 일을 꾸며 부하 직원을 망가뜨리는 일은 사실 아주 흔했다. 그 결과로 운이 없는 사람은 평생 오명을 짊어지고 이 업계를 떠나야 했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기껏해야 상사만 윗선에서 한두 마디 질책을 듣는 정도일 뿐, 당한 직원은 여전히 오명을 짊어지고 이 업계를 떠나야 했다.
어떤 경우든, 손해 보는 쪽은 언제나 약자였다.
하윤슬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서원은 문득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윤슬 씨, 강 대표님 벌써 48시간 동안 제대로 못 쉬셨어요... 어휴...”
김서원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강태훈이 하윤슬을 상대로 하는 편애는 그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하윤슬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벤치에 앉았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김서원의 말뿐이었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자기중심적이라...’
하윤슬은 문득 자신이 단 한 번도 강태훈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태훈이 말했던 것처럼, 조금만 어려움에 부딪혀도 그저 그와 하루빨리 관계를 끊으려고만 했고, 자신의 힘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거라고 순진하게만 생각해 온 것도 모자라 그전에는 강태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지금 하윤슬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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