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나 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허수정과 강태훈은 설득 끝에 겨우 이정애의 혈압과 심박수를 진정시켰고, 그 덕에 계기판은 마침내 더 이상 위험 상태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허수정은 병실을 나섰다.
고개를 들어 보니 복도 모퉁이에서 연거푸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태훈이 눈에 들어왔다.
키가 너무 커서 창문의 반쪽을 다 가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허수정은 한숨을 푹 내쉬고 천천히 강태훈에게 다가갔다.
“믿든 안 믿든 나는 아주머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 네가 정말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나도 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게. 하지만 아주머니 병세가 어떤지는 너도 봤잖아. 이렇게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의사도 만능은 아니야.”
그 말에 강태훈이 잠시 멈칫하더니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초점 없는 눈으로 허수정을 힐끗 바라보았다.
“날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도 헛수고라는 건 알아. 그냥 조언이나 좀 해주고 싶어서 온 거야.”
허수정은 아무 반응 없는 강태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의사가 계속 얘기했잖아. 아주머니도 계속해서 자극받으면 안 된다고. 넌 지금 하윤슬이랑 헤어지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남은 방법은 내가 옆에서 연극을 해주는 것뿐이야. 우리 잠깐만 사귀는 척하자.”
“관심 없어.”
“생기게 될 거야! 이번엔 아주머니도 기사회생하셨지만 다음엔 어떨까? 잘 생각해 봐.”
허수정은 눈꺼풀은 내리깐 채,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나도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싶지는 않아. 나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아주머니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너랑 연극을 할 생각이 있어. 사적으로 네가 하윤슬 씨랑 어떻게 지내든 다 상관없거든. 나도 너 방해 안 할 거고, 하윤슬 씨도 방해하지 않을게.”
강태훈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그는 허수정을 무시하고 곧장 병실로 향하려 했다.
등 뒤에서 그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네가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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