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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소용없는 만남

“태훈이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확신해?” 정선희는 딸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정말 내 피를 물려받았구나. 성격이 나랑 똑같아. 나는 한때 내가 줄곧 경계하면서 너를 일깨워 주기만 하면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하늘이 뜻대로 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하윤슬은 어머니가 또 아버지를 떠올렸다는 걸 알았다. 그녀도 정선희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강태훈이 자신을 위해 그토록 많은 일을 해줬기에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강태훈이 그렇게 쉽게 약속을 저버리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이미 나를 해고하고 허수정과 만났을 거예요.” 그러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김서원이 말한 것처럼 강태훈에게는 빠져나갈 방법이 수두룩하고 마음만 먹으면 손에 쥔 골칫거리를 모두 떠넘길 수 있었으며 하윤슬의 안위는 내팽개치고 강우 그룹의 이익만 챙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여러 번 흔들릴 때조차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지친 목소리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됐어. 지금 내가 아무리 말해도 넌 믿지 않을 거야.” 하윤슬이 정선희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동의한다는 뜻이에요?” “절대 안 돼!” 정선희는 재빨리 부인했다. “난 그저 너와 계속 다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이야. 최지석이 전에 병원에 왔을 때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넌 이미 충분히 힘든데 내가 매번 심한 말을 할 때마다 상처받고 오랫동안 아파한다고.” “...” 하윤슬은 최지석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몰랐다. 정선희는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했다. “나는 남자를 쉽게 믿지 않아. 그동안 지내면서 처음으로 최지석은 그나마 믿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 걔는 모든 일을 네 입장에서 생각하거든. 말하면 내 기분을 상하게 할 거란 걸 알면서도 말이야.” “엄마, 그런 건 강태훈도 할 수 있어요. 제가 언제 시간 내서 한번 데리고 올까요?” “아니.”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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