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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병원에 가다

강태훈은 회의를 마친 후 하윤슬을 깨우지 않도록 살며시 침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녀가 아직 잠들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밤샘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강태훈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살며시 다가가 화면 속 각종 데이터 보고서를 살폈다. “일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하윤슬은 깜짝 놀랐다. “언제 들어왔어? 보지도 못했는데.” “방금. 일에 너무 집중하네.” 강태훈이 침대 끝에 앉으며 말했다. “김서원에게 네게 넘긴 업무를 좀 줄이라고 했어.” “안 돼! 이건 다 내가 자진해서 맡은 거야.” 하윤슬은 말을 하면서도 하고 있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쉬는 동안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까 조금 숨은 돌릴 수 있게 해야지.” “하지만 이 모든 걸 네가 다 하려면 매일 야근해야 해.” “얼마 안 돼.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야.” 하윤슬은 문서에 하나하나 표시하고 하나씩 저장한 뒤 겨우 한숨 돌리며 컴퓨터를 껐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도 이제 어른인데 힘든 것도 모르겠어?” 그렇게 달랬지만 강태훈의 눈썹은 여전히 찌푸려져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하윤슬이 자신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이런다는 걸. 하지만 애초에 이러라고 일을 시킨 게 아니었다. 강태훈이 어떻게 하윤슬에게 이 일을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이번 주 토요일은 야근 못 할 것 같아. 엄마도 볼 겸 검진 좀 받아보려고.” 강태훈이 재빨리 물었다. “왜 그래?” “별일 아니고 그냥 정기 검진이야. 어차피 병원에 가는 김에 검사해 보려고.” 차마 생리가 안 와서 병원에 간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예민한 주제라 민망하기도 했고... 강태훈과는 줄곧 피임했으니 임신할 리가 없는데 생리가 오지 않는다고 하면 그가 괜한 생각을 할 테니까. 임신이 아니라면 실망할 수도 있었다. “그럼 나랑 같이 가. 토요일엔 나도 할 일이 없어.” “아니야.” 하윤슬은 아직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한 상태라 무턱대고 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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