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화 하윤슬이 카톡을 삭제했어
그 순간, 강태훈은 심장이 누군가에게 세게 움켜잡힌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긴장과 설렘도 있었고 어쩔 바를 모르는 당황도 함께 밀려왔다.
이 바닥에서 한 손으로 판세를 뒤집는 강우 그룹의 대표가 지금은 마치 학생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우연히 메시지를 받은 풋내기처럼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하윤슬의 메시지를 받은 건 4년 만이었다.
그제야 강태훈이 자기가 사고 상대의 카톡을 사뒀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안녕하세요?]
이쪽에서 답이 없자 하윤슬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정신이 번쩍 든 강태훈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급히 타이핑했다.
[네.]
그런데 이 말투가 너무 자기 평소 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들자 강태훈은 하윤슬이 눈치챌까 봐 급히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하나 덧붙였다.
화면에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뜨자 강태훈은 숨을 죽인 채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곧이어 잔돈까지 정확하게 맞춘 금액이 이 카톡으로 이체됐다.
[남은 금액이에요.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강태훈은 그런 돈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시선도 안 돌리고 바로 답했다.
[맞아요.]
[그럼 다행이네요.]
하윤슬도 말끝에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하나 붙였다.
[네.]
강태훈은 대화를 이어가는 법을 주동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늘 다른 사람들이 애써 화제를 찾아 말을 걸어왔으니까 강태훈은 이런 대화 스킬 따위를 장악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강태훈은 혹시 하윤슬이 뭔가 더 보낼지 해서 무작정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하윤슬 쪽에서 더 날아오는 메시지가 없었다.
강태훈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이모티콘 하나를 더 보내봤다.
그러자 화면에 빨간 느낌표가 떠올랐다.
하윤슬이 이 카톡을 삭제한 것이었다.
하윤슬이 갑자기 카톡을 삭제하자 강태훈은 눈에 거슬리는 빨간 느낌표와 밑에 뜬 회색 글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몇 년 전, 두 사람이 첫 경험을 가진 다음 날 강태훈이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똑같은 빨간 느낌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었다.
하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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