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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만약 이 얼굴이 아니었다면

“남학생이요?” 하윤슬이 놀란 얼굴로 되묻자,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아가씨 몰랐구나? 난 그 사람이 일부러 아가씨 때문에 그런 요구한 줄 알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마치고도 급히 집으로 가지 않고 이 집 국수를 먹으러 오는 학생은 대체로 그녀 하나뿐이었다. “설마요. 저 때문일 리는 없어요.” 하윤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중학생 시절, 누가 자신을 그렇게 특별히 챙겨줬던 기억은 전혀 없었다. 잠시 가게 아주머니와 학교 근처에 대한 이야기로 추억을 나누던 그녀는, 오랜 시간을 붙잡을 순 없다 생각하고 곧 국수를 포장해 나섰다.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도로 건너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태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예전에 와본 적 있어?” 동네 사람들만 아는 듯한 이 국숫집에 어릴 적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그가 이곳에 올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강태훈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무심히 대답했다. “와봤어.”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녀 손에 들린 포장된 국수 봉지를 가져갔다. “내가 그렇게 귀하게 자란 사람은 아니야.” 비록 그 시절에도 강씨 가문은 제법 이름 있는 집안이었지만 지금처럼 절대적인 권세를 누리던 때는 아니었다. “그럼... 여기 국수 맛있었어?” 하윤슬이 묻자, 강태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았지. 두 달 내내 여기서 저녁 먹은 적도 있어.” 뜻밖의 대답에 하윤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나 중학교 때 이 집에서 아르바이트했었어. 딱 두 달!” “다행히 키가 좀 커서 아무도 미성년자 고용이라고 의심 안 했지. 안 그랬으면 사장님 부부한테 너무 죄송했을 거야. 그때 내가 너무 딱해 보여서 받아주신 거거든.” 그녀의 이야기에 강태훈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호텔에 도착했고 포장된 국수는 이미 불어 엉겨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하윤슬은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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