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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남자친구 있어요

“대표님.” 하윤슬은 잠깐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저, 남자친구 있어요.” 이런 횡재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로 믿었다. 그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든 혹은 어떤 이유로 진짜 결혼 상대가 필요하든 그 어떤 경우에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있다는 거짓말로 싹을 자르려는 것이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태훈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고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진짜요?” “제가 거짓말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상대방이 입을 열기도 전에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쉬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계약서 좀 부탁드릴게요.” “그래요.” 강태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를 더는 붙잡지 않았다. 계약서는 김서원한테 있다는 말만 남긴 채 스위트룸 문을 닫아버렸다. 하윤슬은 계약서를 안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속으로는 방금 나눴던 대화가 그저 환청이었기를 바랐다. 강태훈이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하다니? 이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까? ... 계약서를 되찾은 하윤슬은 안나에게 바로 인수인계하는 대신 진성호를 먼저 찾아갔다. 그녀가 오랫동안 맡아온 프로젝트인 만큼 갑작스럽게 손을 떼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물론 상사의 체면도 고려해야 했기에 누구나 억울하다고 느낄 상황이었지만 직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진성호는 하윤슬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야?” “죄송합니다, 과장님. 어제 일로 심기가 불편하셨죠?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확실히 제 잘못이 맞아요.” 하윤슬이 웃으며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다만 하영 그룹 협력 건 만큼은 줄곧 제가 담당해 왔는지라 갑자기 안나 씨에게 넘기면 혹시라도 실수가 생겨서 프로젝트에 지장이 갈까 봐 좀 걱정돼요. 과장님, 제발 화 좀 푸시고 저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그녀는 최대한 자세를 낮춰 진심 어린 어조로 진성호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일깨워주었다. 안 그래도 한양홀딩스 때문에 윗선의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하영 그룹까지 차질이 생기면 절대로 하윤슬 혼자 잘리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생각에 잠긴 진성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 “그러니까 하영 그룹 프로젝트는 윤슬 씨만 가능하다는 거야?” “그럴 리가요! 단지 프로젝트가 문제없이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계약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몇 번이나 협상 끝에 겨우 조건을 최대치로 맞췄죠. 얼마나 공들였는지는 과장님도 잘 아실 거예요.” 진성호는 계약서를 받아 들고 대충 훑어봤다. 확실히 하윤슬이 따낸 조건은 예상보다 높았다. 이내 헛기침을 몇 번 하며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어제 같이 있었으니 잘 알겠지? 대표님께서 회사를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하는지. 하영 그룹까지 물 건너 가면 바로 짐 싸서 쫓겨날 각오해.” 하윤슬은 한발 물러선 진성호를 보며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한편, 호텔 모퉁이. 키가 훤칠한 남자가 시선을 거두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손에 든 담배를 비벼 껐다. 옆에서 구경하던 주시완은 싱글벙글 웃으며 날라리마냥 껄렁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오호, 진짜 예쁘긴 하네. 그래서 너 같은 철벽도 흔들린 거구나. 걱정 말고 나만 믿어. 여자 하나 갖고 노는 거 일도 아니지. 말만 해, 오늘 밤 네 침대 위에 얌전히 누워 있게 할 테니까.” 눈살을 찌푸린 채 침묵으로 일관하는 강태훈은 어둠 속에 몸이 반쯤 가려졌다. 묵묵부답하는 그를 보자 주시완은 더욱 신이 나서 입을 놀렸다. “이런 회사 말단 직원쯤이야 억지로 밀어붙일 필요도 없어. 사람 몇 명만 붙여서 살짝 겁주면 금방 순해지거든.” “손대기만 해 봐. 다시는 이 땅 못 밟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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