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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화해

하윤슬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강태훈 쪽에서 먼저 회의를 끊어 버렸다. 순간, 둘의 관계가 다시 대표와 주임으로 되돌아가 버린 듯했다. ‘그래, 강태훈은 이미 허수정과 화해했으니까. 나 같은 대역이 설 자리가 어디 있겠어.’ 컴퓨터를 꺼두고 하윤슬은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샤워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이었다. 이러다간 곧장 출근할 시간이 오고 말 텐데... 억지로 눈을 꼭 감아 보았지만 끝내 졸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잠을 포기한 채 다시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일을 이어갔다. 회사 프로그램에 로그인하자, 뜻밖에도 강태훈이 여전히 접속 중이었다. ‘아직 안 자는 걸까?’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지금 그가 해외에 나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시차가 있으니 거긴 한낮일 터였다. 그녀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스스로를 조소했다. 정말 우스웠다. 언제부터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쓰게 된 걸까. 하윤슬은 창성 그룹 관련 자료를 정리해 저장하고 자신이 맡고 있던 최지석 건을 김서원에게 전부 넘겼다. 강태훈의 결정에 불만은 없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그녀가 이 일을 맡아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뿐이리라. 혹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여긴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냉철하고 차갑도록 이성적인 판단과 거기에 단 한 줌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태도가 하윤슬에겐 낯설게 다가왔다. 강태훈은 여전히 높은 곳에 서 있는 대표였고 회사 전체의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적인 권력자였다. 그렇기에 지난날 그녀에게 보여 주었던 다정한 모습은 어쩌면 망상 속 인물에 불과했는지도 몰랐다. 지금 이 차갑고 냉정한 강태훈이야말로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하윤슬은 한숨도 못 잔 탓에 두툼한 다크서클을 달고 출근했다. 다행히 파운데이션이란 좋은 물건 덕에 얼굴에 남은 작은 상처까지도 대충은 감출 수 있었다. “신형 자동차 개발 건, 저한테 넘겼던데, 혹시 대표님 때문에 마음 상한 건 아니죠?” 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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