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강태훈의 속옷
어머니가 직접 최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윤슬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가 어찌나 거세던지, 금세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든 통제당하고 또 강제로 끌려가는 기분, 그 답답함과 억눌림은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다.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 사람한테 연락하신 거예요? 제가 분명 말씀드렸잖아요, 지석 씨 바쁘다고요. 엄마가 전화하셔서 거절하기 뭐하니까, 그저 체면 세워 드리려고 약속한 거예요.]
[너 지금 나한테 따지는 거니?]
정선희도 곧장 날을 세웠다.
[내가 이러는 게 다 누구를 위한 건데! 넌 아무렇지도 않게 혼인신고를 해놓고 친정엄마인 나한테 한마디 알리지도 않았잖아. 나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데, 네가 도리어 날 원망을 해? 이제 와서 내가 원하는 건 그저 그 사람이 너한테 조금 더 잘해주고, 네 곁에 있어 주는 거야. 그게 뭐가 그렇게 불만스러워!]
하윤슬은 휴대폰을 힘껏 내려놓았다. 쾅, 하고 책상 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또 그 말.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다.’
도대체 누굴 위한 거란 말인가. 엄마가 좋으면 그게 곧 그녀를 위한 게 되는 걸까?
하윤슬은 이 일로 괜히 휘둘리고 싶지 않아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무엇보다도 수술이 코앞이었고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최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이어진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마침 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오늘은 어떤 김씨 성을 가진 남자가 날 찾더라?”
“아, 그거요. 이번 프로젝트가 회사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건이라서요. 더 능력 있는 책임자를 붙여 안전하게 진행하자는 결정이 내려졌어요.”
최지석은 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보기엔 네 능력으로 충분한데.”
“칭찬 감사합니다.”
하윤슬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어제 정말 고마웠어요. 회의에 급히 들어가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거든요.”
“별일 아닌데 뭘. 그냥 작은 배려였을 뿐이지.”
그는 그녀가 전화를 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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