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진태하는 장갑에 피가 가득 묻은 채 고개를 돌려 간호사에게 말했다.
“혈장 준비해서 수혈하세요...”
최씨 가문이 어르신을 위해 독립 병실까지 마련해 놓았으니, 당연히 같은 혈액형의 혈장도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간호사는 지체하지 않고 즉시 금고로 가서 혈장 두 봉지를 꺼냈다. 다른 간호사들도 제각각 거즈와 수술 도구를 가져왔다.
정말 갑작스럽게 집에 온 의사가 아무 말 없이 수술을 시작한 것이다.
최씨 가문 사람들은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최다솔이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 이 사람에게 진짜로 할머니 수술을 맡길 거예요?”
방금 진태하가 수술칼로 할머니 손목을 마구 후비는 모습은 정상적인 수술과 전혀 달랐다.
“안 그럼? 네가 치료할래?”
최인섭은 눈살을 찌푸리며 최다솔을 노려보았다.
비록 진태하의 치료 방식이 다소 특이했지만 적어도 벌레 몇 마리를 찾아냈다. 이 벌레들은 과거 엑스레이로도 발견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간호사가 나선희에게 수혈을 시작했다.
동작이 매우 숙련된 것을 보니 아마 전문 훈련을 받은 것 같았다.
진태하는 가위로 나선희의 소매를 자른 후, 두 손가락을 뻗어 나선희의 어깨와 손목을 이리저리 문질렀다.
그러자 하나둘, 쌀알만 하얀 벌레들이 받침대 위로 떨어졌다.
스테인리스 받침대에는 갈가리 찢어진 살점과 피, 그리고 작은 벌레들로 가득했다.
꿈틀거리는 작은 벌레들을 바라본 최씨 가문 사람들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얼굴이 창백해진 최다솔은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모님 곁으로 물러났다.
이후, 진태하는 나선희의 다른 손목에도 칼질을 한 후 양쪽 발목, 마지막으로 정수리에까지 구멍을 뚫었다.
최씨 가문 사람들은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차례로 병실을 떠났다.
최인섭도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아내를 매우 사랑한 최인섭은 명의를 끊임없이 명의들을 수소문했고 지난 몇 년간 아내의 치료하기 위해 국내외 최고라고 할 만한 의료팀은 전부 찾아다녔다.
아내를 위해 덕을 쌓고 선행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